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11-01 16: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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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왼쪽)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는 가운데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대통령의 통화 내용은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상식적으로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는 내용입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 사이의 공천개입 의혹이 담긴 녹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이렇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를 비롯한 야당은 윤 대통령이 직접 공천에 개입한 것이 드러난 만큼 법률적 문제가 있음은 물론 대통령실의 해명도 거짓으로 밝혀졌다고 날을 세웠으나 정 실장은 ‘일방적 정치공세’라거나 합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반박을 내내 내세웠다.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윤종균 민주당 의원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대통령실이 명태균씨와 윤석열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거짓해명을 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대통령실 입장을 살펴보면 지난 10월8일에 대선후보 경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했다”며 “그런데 10월31일 대선 후인 2022년 5월9일 윤 대통령 육성이 담긴 통화 파일이 공개되자 공천 보고를 바꿔라 지시한 적이 없고 기억에 남을 중요한 내용도 아니었다고 바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적어도 경선 이후에 통화 안 했다는 건 거짓말이었던 게 맞지않나”고 물었다.
정 실장은 “거짓말이라고 등식화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며 “분명히 (대통령께서) 기억에 의존해서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공천개입이 기억에 남을 중요한 내용이 아니면 도대체 어느 정도 급이 돼야 기억에 남을 중요한 사안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도 윤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녹취와 대통령실의 입장문을 화면에 띄운 뒤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해명이 내놔야한다고 지적했지만 정 실장은 “그건 의원님의 관점일 뿐”이라며 “거짓이라고 등치시키지 말라”고 맞섰다.
정 실장은 대통령실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비판에 윤 대통령과 명씨 사이에 소통의 ‘공백기’가 있었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취임식 전날(2022년 5월9일) 명 씨로부터 전화가 온 것은 사실인데 굉장히 오랜만에 전화가 온 것”이라며 “경선 무렵에 관계를 끊었는데 본선까지 완전 블랭크(빈칸)가 있다가 취임 전날 온 수 많은 전화 중 하나인데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명태균씨는 대통령 선거에 도와준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라며 공천개입 녹취의 의미를 축소하려 하자 정 실장은 적극 호응하기도 했다.
임이자 의원이 “저도 지역에서 선거할 때는 오빠가 많다”며 “한 표, 한 표가 소중한데 선거하다보면 가족이나 측근들을 통해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듣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 대통령 육성파일 하나 잡았다고 난리 블루스를 치고 있는데 저 사람들 선거 안 해봤나 싶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도 대통령이 불법 선거개입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불법 선거개입이 되려면 당시 공천에 권한이 있었던 당의 공천관리위원장이나 최고위원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김영선 전 의원 공천했던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나 당시 이준석 대표도 김영선 전 후보 공천한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히지 않나”라며 “대통령의 워딩(발언)을 가지고 불법적 공천개입을 했다고 야당이 주장하지만 법률가들에게 물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신분일 때 했던 발언으로 공직선거법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5선 의원 출신인 정 실장은 질의에 답변을 하면서 반박을 넘어 다시 정치인이 된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취임식 전날 한 번 온 통화 녹취 편집 하나를 가지고 선거개입이라 규정지어 몰아가는 건 과도한 정치공세다”라며 “이 모든 것이 2년 동안 계속된 대통령 죽여서 당대표 살리자는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왼쪽)이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질의하는 모습. <국회방송 생중계화면 갈무리>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언급하며 정 실장의 인식과 태도를 비판했다.
천 의원은 “오늘 비서실장님 모습을 보니까 남들이 보면 대통령 지지율이 한 60%쯤 나오는 상황에서 국회에 오신 개선장군인 것 같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아무 잘못 없고, 김건희 여사도 전혀 부적절한 것도 없고, 다 잘 돌아가고 있고, 야당의 정치공세고, 다 국민들의 오해인가”라고 꼬집었다.
천 의원은 윤 대통령의 공천개입 녹취 내용이 설령 법률적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정치인인 대통령은 여론과 정치적 책임까지 고려해 낮은 자세로 임해야한다고 조언했지만 정 실장은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천 의원은 “법률적으로 문제없다는 말씀만 계속하고 계신데 대통령이 국민 앞에 정치적·도의적인 책임을 먼저 져야하나, 아니면 법률적 책임이 없으면 무슨 부적절한 행위를 해도 상관없다라고 해도 되는 건가”라며 “국민들한테 눈속임하려고 하니까 지지율이 19%가 나오는 것”이라고 따져물었다.
그러자 정 실장은 “개혁신당 지지율이나 신경쓰시라”고 했다가 다른 의원들의 빈축을 샀다.
심지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인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정 실장이 이를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강승규 의원은 정 실장을 향해 “대통령 해외순방 당시 ‘바이든 날리면’ 대화 짜깁기 보도했다가 방심위로부터 제재 받은 그런 사건 아시죠”라며 “(이번에 공개된 녹취도) 녹취내용이 크게 세 구간에서 편집 ·조작된 걸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리 편집 조작을 숨기기 위해 고의적으로 배경 잡음을 추가한 것이 보인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실장님이 제대로 따져보시라, 보도 돼 있다”고 요청했고 정 실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정감사에는 일반 증인으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와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 몸담았었던 신용한 전 석원대 석좌교수가 출석해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의 공천개입 관련 질의를 이어간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