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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반도체 전쟁'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긴장', 공급망도 미국 보조금 철회도 불안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4-10-31 14: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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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반도체 전쟁'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긴장', 공급망도 미국 보조금 철회도 불안
▲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재개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다시 격화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중국을 향한 반도체 수출 통제에 맞서 중국 정부는 반도체 제조 핵심 원자재인 희토류 등의 수출 통제로 맞대응하면서, 불똥이 한국 반도체 기업으로 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가 한국, 일본, 대만과 함께 구축하는 ‘칩(Chip)4 동맹’에 속해있지만,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데다 반도체 원재료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미-중 갈등 고조에 직격탄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가운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중 첨단기술을 둘러싼 갈등은 끝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견제 수단과 구체적 조치는 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다만 미국의 대중 견제 기조는 대선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윤 통상정책자문위원장(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29일 제1차 통상정책자문위원회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과 접점이 많은 산업통상자원부를 주축으로 함께 극복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2022년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와 기술을 제한적으로만 수출하도록 통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중국 투자도 제한하는 조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희토류와 같은 반도체 핵심 재료의 수출 통제로 맞대응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실리콘, 희토류, 텅스텐, 게르마늄, 형석, 갈륨·인듐 등 반도체 6대 핵심 원자료 가운데 5개를 중국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데,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가 커진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실리콘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2022년 68.8%에서 2023년 75.4%로,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에 사용되는 게르마늄의 의존도는 56.9%에서 74.3%로 급격히 높아졌다.

희토류의 일종인 디스프로슘은 내열성이 강해 AI 반도체에 필수적으로 쓰이는데, 중국 생산량이 세계의 99.9%를 차지하고 있다.

양주영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중 관세 전쟁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매우 복합적이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봐서는 안된다”며 “게다가 향후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해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해진다면 국내 기업들의 대체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원재료 의존도를 줄이는 데는 비용뿐만 아니라 시간도 상당히 걸릴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여전히 글로벌 반도체 제조 공급망 허브로서 기능하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과 긴밀한 생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의 우방국 중심 공급망 재편이 빠른 시일 내 이뤄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국 '반도체 전쟁'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긴장', 공급망도 미국 보조금 철회도 불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이 자국에 반도체 공장 건설 등 투자를 하고 있는 해외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보조금 지급 철회, 관세 인상 등 오히려 규제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지난 25일 조 로건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우리는 (해외) 부자 기업들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도록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는데, 이는 나쁜 거래”라며 “높은 관세를 부과해 그들이 스스로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이 대폭 줄어들거나, 보조금 지급 자체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 있는 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7월19일 대한상공회의소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보조금을 안 준다면 투자 전략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각각 세제 혜택을 포함해 64억 달러(약 9조 원), 4억5천만 달러(약 6200억 원)의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실제 지급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두 기업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결정한 것은 미국의 보조금 지급 약속 때문인데, 미국이 스스로 이 약속을 져버리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할 이유가 없다는 게 국내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반도체 사업은 계속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반도체 수출 제재에서 국내 기업들에는 일부 예외를 허용했지만, 중국 공장의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대하는 것을 금지했다.

게다가 최근 중국 화웨이 제품에서 대만 TSMC의 반도체가 사용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규제를 우회해 중국에 수츨되는 것도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최대 수출국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메모리반도체는 AI의 다음 병목현상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향후 최신 공정의 HBM을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대상에 추가로 포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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