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3년 정도 투자해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안팎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
‘퇴직연금 적립기, 인출기에 구애받지 않고 일정한 자산배분 비중을 유지할 수 있는 상품을 찾는 투자자.’
▲ 자산운용업계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등을 앞두고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등을 위해 공동 브랜드로 출시한 자산배분형 상품 '디딤펀드'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디딤펀드 홍보 이미지. <한국투자신탁운용>
강성수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담당 상무는 이런 투자자들은 자산운용업계 공동 브랜드 상품인 디딤펀드를 퇴직연금 운용 상품으로 고려해 봐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산운용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디딤펀드는 원금은 지키면서 은행 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찾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평가했다.
29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갈아타기(실물이전) 제도 시행이 이틀 뒤로 다가오면서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위한 새로운 연금 투자상품 등에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금융투자협회와 자산운용업계는 실물이전 제도 시행을 기회로 디딤펀드에 투자자들을 유입하기 위한 대대적 홍보에 한창이다.
업계는 디딤펀드를 ‘연금투자의 스테디셀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릴레이 간담회 등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디딤펀드는 주식, 채권, 대체자산 등 다양한 투자상품에 자산을 배분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거두는 데 초점을 맞춘 밸런스드펀드(BF)의 한 종류다. 상품 설계부터 위험부담이 크지 않은 퇴직연금 투자상품을 원하는 수요를 겨냥했다.
디딤펀드는 투자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상품으로 여겨진다.
▲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과 자산운용사 대표이사 등 참석자들이 16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디딤펀드 출범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출시된 지 한 달 남짓으로 투자기간별 수익률 수치 등 상품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정보도 없고 아직 또 다른 자산배분형 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처럼 디폴트옵션에서 투자할 수도 없다.
이렇다보니 디딤펀드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상품의 구조와 장단점, TDF 등 다른 투자상품과 차이점 등을 직접 품을 들여 잘 살펴봐야 한다.
디딤펀드는 퇴직연금과 같은 자산을 중장기로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자산배분형 펀드라는 점에서 디폴트옵션 적격상품 대다수를 차지하는 TDF와 비슷한 점이 있다. 두 상품 모두 퇴직연금 적립금을 100% 투자할 수 있는 점도 같다.
다만 디딤펀드는 주식, 채권 등 자산배분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경기 상황 등에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상품이다. 주식 투자 비중이 50% 수준으로 구성된 디딤펀드 상품에 투자하면 퇴직연금 적립기부터 인출 때까지 기본적으로 이 비중이 유지된다.
반면 TDF는 은퇴시기 등 특정 시기에 맞춰 생애주기별로 자산배분 비중에 변동을 주는 펀드다. 적립 초기에는 주식 등 적극적 자산에 많이 투자하고 은퇴 시기 등 목표 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린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100% 투자할 수 있는 적격 TDF는 적립기에는 위험자산에 80%까지 투자할 수 있지만 인출기에는 이 비중을 40%로 낮춰야 하는 제약이 있기도 하다.
퇴직연금을 수령할 시기에도 주식 비중을 일정하게 가져가고 싶은 투자자는 이런 점도 상품 선택에 고려할 만하다.
디딤펀드는 공모펀드로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실시간 거래가 안 된다는 점은 투자 장벽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ETF와 달리 포트폴리오 구성종목 등 상품 정보 접근성도 떨어진다.
이밖에도 디딤펀드는 아직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 편입되지 않은 데다 은행 창구에서 판매하지 않고 있다. 투자 편의성 측면에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디딤펀드가 업계 공동 브랜드 상품이지만 자산운용사별로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전략, 보수 등이 다른 만큼 이를 잘 살펴 선택하는 것도 필요하다.
삼성자산운용은 기존 주식혼합형 ‘삼성밀당다람쥐글로벌EMP’ 펀드를 바탕으로 채권혼합형 디딤펀드로 새롭게 출시했다.
자체 경기 국면 모델을 통해 글로벌 주식과 채권 비중을 ‘밀고 당기면서(밀당)’ 조정하고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연금 적립금을 차곡차곡 쌓는다는 의미를 상품 이름에 담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디딤CPI+펀드’는 CPI(소비자물가지수의 5년 연 환산 증가율)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국내외 주식과 채권을 주축으로 물가 상승과 연관성이 높은 금, 미국 물가채, 호주 주식 ETF, 리츠 인프라 자산을 20% 비중으로 담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디딤올웨더TRF’는 주식 편입 비중을 가이드라인인 50%까지 최대치로 늘려 상대적으로 적극적으로 수익을 쫒는다.
이밖에 NH아문디자산운용의 ‘디딤하나로자산배분펀드’는 환경 등 ESG 요소를 고려해 우수종목을 선별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KCGI자산운용의 ‘디딤프리덤평생소득 TIF 펀드’는 최대 손실률을 10% 이내로 관리하는 위험관리체계를 강조했다.
디딤펀드는 9월25일 자산운용사 25곳에서 공동 브랜드로 출시했다.
안정적 자산배분 상품으로 은행 예금에 묶여 있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투자시장으로 끌어오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