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상근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가 29일 서울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청정 메탄올 이니셔티브'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긴밀하게 협력해 적극적으로 메탄올 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송상근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29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서울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개최한 ‘청정 메탄올 이니셔티브 콘퍼런스’에서 “블룸버그나 글로벌 해운사들 분석 등에 따르면 선박 분야 청정메탄올 수요가 2050년에는 수천만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향후 국제적으로 메탄올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한국이 생산 능력을 미리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메탄올은 메탄에 산소가 결합된 형태를 한 물질이다. 메탄을 주성분으로 하는 천연가스보다는 에너지 효율이 다소 낮지만 화석연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거의 없는 청정 메탄올이 주목받는다. 청정 메탄올 가운데서는 탄소포집(CCS) 기술을 활용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생산하는 e-메탄올보다 직접포집(DAC) 기술을 활용해 포집한 탄소를 그린수소와 결합해 생산하는 그린 메탄올이 탄소중립에 더 가깝다.
송 교수는 해운산업을 예로 들면서 “현재 세계에서 운용되고 있는 선박 숫자를 보면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메탄올 선박보다 높은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발주돼 있는 선박까지 계산에 넣으면 메탄올 선박 숫자는 LNG추진선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의 설명처럼 메탄올이 대체연료로 가장 크게 각광받고 있는 분야는 선박을 이용하는 해운 분야다. 선박은 특성상 움직일 때 많은 에너지 출력을 요구해 2차전지 전력을 동력으로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메탄올은 구조상 화석연료와 유사해 기존 설비와 장비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많은 해운사들이 유력한 화석연료의 대체물질로 바라보고 있다.
송 교수는 “메탄올이 갖는 장점은 기존 차량이나 선박 등 갖춰 놓은 인프라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단점이라면 기본적으로 연소될 때 이산화탄소가 수소와 달리 조금은 배출된다는 점과 부피당 에너지 효율이 화석연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제적으로 해운 업계를 향한 탈탄소화 압박은 나날이 강해지는 추세다. 지난해 4월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운업계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했으며 향후 몇 년 내로 전 세계에서 운항하는 선박들에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례한 분담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기존 메탄올에서 탄소 집약도를 낮출 수 있는 e-메탄올 개발과 생산 비용 합리화부터 집중하고 있다.
송 교수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관련 프로젝트 90여 개가 진행되고 있으며 2027년에는 e-메탄올이 600만 톤가량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 정부와 산업계가 세운 목표는 2030년 기준 50만 톤에 불과한 상황이다.
송 교수는 “다행인 점이라면 다른 나라들도 아직은 개발이 모두 초기 단계에 있다는 점”이라며 “국내에서 필요한 만큼을 생산하지 못하면 필요한 물량을 수입해야 할 텐데 국내에서 수입 대체 효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메탈올의 국내 생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태백시가 추진하는 폐광 재활용 메탄올 생산 프로젝트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태백시는 지난해부터 폐광을 활용해 생산한 석탄을 메탄올로 전환하는 산업 클러스터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상호 태백시장은 “윤석열 대통령도 해당 계획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다음 달에는 국회에서 4천억 원대 예산이 통과되리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외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청정 메탄올도 그린 암모니아가 개발되기 전까지 임시로 쓸 과도기적 연료에 불과해 과한 투자가 필요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김상협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 <비즈니스포스트> |
이에 송 교수는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가 내놓은 예측을 보면 2050년을 기준으로 해도 전체 선박유 가운데 20% 이상이 청정 메탄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린 암모니아는 44%에 불과해 업계에서는 어느 한 연료가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발제를 맡은 민영기 한국화학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향후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가 달성될 것에 대비해서라도 청정 메탄올 생산 기반을 갖추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리드 패러티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화석연료와 같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그리드 패러티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한국이 그리드 패러티를 달성하는 시점이 2030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 연구원은 “그리드 패러티가 달성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을 고려해야 할 때”라며 “메탄올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소스를 통해 만들 수 있고 다양한 활용처를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메탄올은 앞서 송 교수가 강조한 선박연료 분야 외에도 차량에 활용되는 이퓨얼로 전환할 수도 있고 폴리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 생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석유화학 분야는 청정 메탄올을 활용하면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2019년 기준 약 1억 톤이었던 메탄올 수요가 2050년에는 5억 톤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실질 탄소 배출량이 0인 그린 메탄올이 될 것으로 파악됐다.
민 연구원은 “메탄올은 환경 영향이 적어 선박 연료로써 가지는 장점이 암모니아나 화석연료보다 크다는 것도 빼먹어서는 안될 부분”이라며 “독성이 낮은 메탄을은 선박 운항 과정에서 배출돼도 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하고 사고시에 유출돼도 물이 곧장 녹기 때문에 유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도 머스크 같은 해운 기업들이 메탄올 선박 발주를 줄이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는 이유는 청정 메탄올 공급량이 근본적으로 너무 적기 때문”이라며 “이런 점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 역량을 확보하면 국제적 사업 기회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상협 탄녹위원장은 "탄녹위는 청정 메탄올 이니셔티브 주도 기관으로서 청정 메탄올 신사업 창출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청정 메탄올 이니셔티브는 지난해 10월 탄녹위 주도로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태백시 등이 참가해 출범한 협의체다. 국내 e-메탄올 및 그린메탄올 생산 역량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