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북미 태양광 투자시계 재작동, 이우현 미국 보조금과 중국산 관세인상에 설비투자 재개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10-28 1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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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과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등을 고려해 멈췄던 북미 태양광 사업 투자를 재개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멈췄던 북미 투자 시계를 다시 돌린다.
미국 정부의 태양광 제품 설비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결정과 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관세 적용 등에 따라 북미 태양광 시장이 다시 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이 회장이 현지 생산설비 증설 투자를 재추진하려 하고 있다.
다만 관건은 아직 쌓여있는 미국 태양광 모듈 재고의 해소 여부다. 연간 태양광발전소 설치량에 육박하는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재고에 따라 낮아진 판가가 OCI 수익성을 악화하고 있다.
28일 신재생에너지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OCI홀딩스는 미국 내 태양광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계획을 마련 중이다.
태양광 산업의 밸류체인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발전소 등으로 구성되는데, 업계에서는 OCI홀딩스가 미국에 합작법인을 세워 잉곳과 웨이퍼 생산 공장을 새로 건설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OCI홀딩스의 미국 태양광 사업은 중간 지주회사 ‘OCI엔터프라이즈’가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미션솔라에너지’,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는 ‘OCI에너지’를 거느리는 구조다. 이번 합작 투자를 계기로 OCI홀딩스는 미국에서 태양광 부품소재 사업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각)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에 태양광 잉곳, 웨이퍼를 포함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5% 수준의 투자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회사가 투자 부담을 한결 더는 셈이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2027년 전에 착공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이 회장은 미국 합작법인 투자결정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칩스법 대상 확대에 따라 미국 태양광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할 것“이라며 “이에 맞춰 OCI홀딩스는 미국 태양광 시장 공략을 위한 사업 다각화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중단했던 OCI의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생산시설 증설 투자 재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 자회사 미션솔라에너지는 연간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1기가와트(GW)로 늘리는 증설 계획을 당초 2024년까지 완료하기로 했지만, 북미 태양광 시장 침체로 1차 증설 투자(375MW)만 마치고 현재 2차 증설 투자는 중단한 상태다.
OCI홀딩스가 당초 지난 2022년 4분기 발표한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 증설계획은 총 4천만 달러를 투자해 상업용·산업용 모듈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출력과 효율을 개선한 ‘M10(18.2cm x 18.2cm) 모듈’을 생산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 OCI홀딩스의 미국 자회사 미션솔라에너지는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시장 침체에 따라 증설투자를 일시 중단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내 모듈 재고 해소 전망에 따라 투자를 재개할지 관심이 쏠린다. <미션솔라에너지>
OCI홀딩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모듈 생산설비 2차 증설과 관련해 북미 태양광 시장 회복 추이를 지켜보며, 기존 증설과 상업생산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태양광 모듈 생산설비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직접 수혜 대상이기도 하다. OCI 측의 투자 원안대로라면, 회사는 2032년까지 최대 8천억 원 가량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세액공제에 더해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가 대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OCI홀딩스의 북미 투자 재개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올해 6월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종전 25%에서 50%로 인상하고, 동남아 등지에서 우회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새롭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미국 상무부는 이달 초 미국 태양광 업계 요청에 따라 동남아 국가에서 생산돼 우회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을 차단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9.13%, 캄보디아 8.25%, 태국 23.06%, 베트남 2.85% 등 동남아 국가에서 생산된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예비 상계 관세율을 결정했다. 최종 상계 관세율은 내년 2월 확정된다.
미국 정부가 올해 6월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키로 하면서,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6월 이전에 상당한 태양광 모듈을 미국에 수출했고, 6월 이후에는 동남아 국가로 우회해 미국에 대거 모듈을 들여왔다.
저가 중국산 태양광 모듈이 대거 유입되면서 북미 태양광 모듈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다. 실제로 OCI 중간지주사 OCI엔터프라이즈는 미국에서 올해 상반기 매출 889억 원, 영업손실 5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43.3% 줄고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했다.
올해 8월 기준 미국의 태양광 모듈 재고량은 총 42.7GW 규모로, 이는 한 해 미국에서 설치되는 태양광발전소 총 물량에 해당한다. 재고량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산 제품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켜켜이 쌓인 태양광 모듈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지 않으면 북미 태양광 시장 회복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산 태양광 재고 물량이 빠르게 소진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주영 LS증권 연구원은 “올해 6월 인상된 관세를 부과받지 않은 중국산 모듈은 수입 후 180일 이내 판매되지 않으면, 이후 인상된 관세를 추가로 물어야 한다"며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이 때문에 서둘러 재고를 처리하게 되면 내년부터는 재고량이 줄어들어 판가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