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이 몰래 인감증명서를 위조해서 공정증서를 작성한 경우 연대보증채무를 반드시 이행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윤정년(가명)은 남편 문현수(가명)와 사별했다.
문현수는 생전에 건설회사를 운영하면서 상당히 많은 돈을 벌었고 윤정년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주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남편의 사망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알고보니 문현수는 사업을 하면서 상당한 빚을 지고 있었고 그 부담을 이기지 못해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진 것이었다.
윤정년은 남편의 죽음으로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있었는데 갑자기 법원에서 예금채권이 압류되었다는 통지를 받았다.
남편 문현수가 사망하기 전에 윤정년을 대리해서 연대보증을 하고 거기에 공증까지 받아둔 것이었다.
해외출국 전에 자동차 매수를 위해서 인감도장을 맡겨두었더니 그 인감도장으로 연대보증까지 들어둔 것이다. 금액은 10억 원이나 됐다.
윤정년은 채권자 신원철(가명)에게 찾아가서 자신은 연대보증에 대한 대리권을 수여하지 않아서 연대보증은 무효이며 압류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채권자 신원철은 "윤정년이 문현수에게 인감도장을 주었으므로 대리권을 수여한 외관을 형성한 것에 대해서 책임이 있고, 공정증서에 대한 집행문부여 통지를 받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묵시적으로 추인한 것"이라며 공정증서가 유효하다고 맞섰다.
윤정년이 주변 사람들에게 문의하니 계약서에 도장을 날인하면 사문서의 추정력이 인정되어서 다시 되돌릴 수가 없는 것이고, 사망한 문현수가 이 내용을 확인해줄 수도 없으니까 문현수의 채무 10억 원을 대신 이행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윤정년은 10억 원을 갚을 돈이 없고 홀로 어린 아들도 키워야 할 뿐만 아니라 현재 소득으로는 10억원을 갚는게 불가능하다. 윤정년은 남편이 부담한 채무 10억 원을 전부 이행해야 할까.
▲ 배우자가 대리권 없이 한 법률행위로 문제가 생길 경우 법률전문가와 상의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빠를 수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확립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문서에 도장이 날인되어 있더라도 그 도장이 대리인에 의해서 날인된 것이 인정되면 사문서가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자가 대리인이 적법한 대리권한에 의해서 문서를 작성한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
문현수의 증언이 없어도 되는 셈이다. 또 공정증서 작성행위에 대해서는 표현대리 책임이 인정되지 않고 무권대리 추인의 법리도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윤정년은 연대보증채무를 이행하지도 되는데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남편의 사망전에 위임장을 작성한 사실이 있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인감증명서를 발급한 주민센터에 방문해서 인감증명발급 신청 당시 자료를 복사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셋째, 변호사를 찾아 채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변호사는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해서 공정증서의 효력을 없앨 수 있고 예금계좌 압류명령에 대해서 강제집행정지신청을 할 수 있다.
윤정년은 제때 변호사 상담을 받고 적당한 조치를 취해서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법률분쟁이 발생하면 전문가에게 조력을 받고 빠르게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다. 주상은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파트너변호사.
글쓴이 주상은 변호사는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파트너변호사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공인 재개발 재건축 전문변호사이고, 주로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건설 부동산 사건들을 취급해왔다. 대학원에서 민사법을 전공했다. 대학원에서는 논문을 주로 작성하다가 변호사가 된 후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법언어를 쉬운 일상 용어로 풀어 쓰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칼럼을 통해 일반인들이 법에 대해서 가지는 오해를 조금씩 해소해나가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