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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첫날 '앱' 써보니, 쓸 수 있는 동네병원 없었다

김지영 기자 lilie@businesspost.co.kr 2024-10-25 15: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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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첫날 '앱' 써보니, 쓸 수 있는 동네병원 없었다
▲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애플리케이션 '실손24' 첫 화면을 실행한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실손24에서는 원하는 지역에서 내가 다녀온 병원을 모두 찾을 수 있습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 서비스가 열린 25일.

애플리케이션 ‘실손24’를 내려받을 때 보이는 설명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다녀온’ 병원을 찾을 수 있다고 했지 ‘청구’가 가능하다고 적혀있지 않은 것을 놓친 게 실수였다.

실손24를 사용해 청구 과정을 진행하던 중 병원을 선택하는 창이 등장했다. 통원하며 진료를 받는 병원을 찾기 위해 거주하는 서울시 기준 구 단위를 입력했다.

하지만 현재 거주하고 있는 구 기준 노출된 참여병원은 오직 한 곳뿐이었다. 그것도 대학병원.
 
[체험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첫날 '앱' 써보니, 쓸 수 있는 동네병원 없었다
▲ 참여율이 높은 수도권임에도 적용 가능한 병원은 구 안에서 대학병원 하나 뿐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선택창 기본값이 ‘참여 병원만 보기’로 돼 있어 하나의 병원만 덩그러니 떠 있는 흰 창은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정말 다른 곳이 하나도 없는지 확인하고자 ‘참여 병원만 보기’ 선택을 해제했다. 집 근처 병원은 모두 ‘미참여병원’ 표시가 붙어 눌러봐도 ‘해당 병원은 서비스 준비 중입니다’라는 창만 노출됐다.

구에서 단 한 곳 참여한 병원도 대형 대학병원이라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었다. 대학병원은 대부분이 의료 체계 분류상 3차 병원으로 보편적 상해로 방문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부 대형병원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서비스 시작부터 보이는 화면이 텅 비어있으니 이번 서비스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들었다.

실제 빈 화면을 보니 참여 병원이 적다는 게 체감됐다. 모든 소비자들의 간편한 실손 청구라는 제도 도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어보였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소비자가 애플리케이션 ‘실손24’로 보험금을 신청하면 따로 병원에서 서류를 뗄 필요 없이 신청한 보험사로 보험금이 청구되는 서비스다. 병원이 전산시스템(EMR)으로 소비자의 진료 데이터를 보험사에 제공하는 등으로 진행된다.

다만 이 EMR 구축에 큰 비용이 드는 등의 이유로 중소규모 병원은 시스템 구축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서비스 시작일까지 참여하지 못한 곳이 많다.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계 등은 2023년 실손 청구 전산화 서비스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준비했지만 막상 시작일인 25일까지 병원 참여율은 절반에 불과했다.
 
[체험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첫날 '앱' 써보니, 쓸 수 있는 동네병원 없었다
▲ 25일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참여 현황은 적용 대상 기관의 50%대에 불과하다.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1차 적용 대상 7725개(병원, 보건소 등 포함) 가운데 현재까지 모두 4223개(병원 733개 및 보건소 3490개)가 참여를 확정했다. 

참여율 기준으로는 54.7%, 추정된 실손보험 청구 건수 비중으로는 56.9%다.

전날 국정감사에서도 참여 병원이 너무 적어 ‘반쪽짜리 시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보험사들이 EMR 업체에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된 이후에 병원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며 “최대한 성과가 가시화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볼 때 사용자를 위한 편의성은 무난하다고 느껴졌다.

디지털 서비스에 익숙한 2030세대 기준 화면 인터페이스(UI)나 사용자 경험(UX)은 다른 애플리케이션과 크게 다르다거나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손해보험사들의 개별 애플리케이션과 화면 구성이 비슷해 적응하기 편했다.

서비스에 가입한 뒤 메인화면에서 ‘나의 실손청구’를 누르고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발생한 사고 유형을 질병, 일반상해, 교통상해로 구분하고 최초진료일시를 넣으면 가입된 보험 계약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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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유형을 입력하면 가입된 보험 계약 가운데 실손청구가 가능한 계약 건을 불러왔다. <비즈니스포스트>
하나의 상해와 관련해 전체 실손보험 계약을 대상으로 한꺼번에 청구할 수도 있고 그 가운데 하나의 실손보험만 선택해 청구할 수도 있었다.

이전에 실손 보험금을 청구할 때와 비교하면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청구를 완료할 수 있어 훨씬 편리했다. 별도 보험사 다이렉트 채널로 보험금을 신청할 당시 어떻게 해야 보험금을 받는지 혹은 병원에 어떤 서류를 요청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다만 제도 시행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보니 세부적 측면에서 애플리케이션 완성도가 부족해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서비스 시작 뒤 메인 화면에서 ‘참여병원’을 눌렀을 때 가장 먼저 뜨는 병원이 테스트 용도로 임의로 만들어진 형태였다.

‘가나안 병원’이라는 가상의 병원 이름에 전화번호도 02-1234-5678 등이라 금방 테스트용 데이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해당 테스트 데이터는 10시 서비스를 정식으로 개시한 뒤 약 4시간 동안 남아 있다가 사라졌다.

개인정보 보호 용도로 추정되지만 화면 갈무리(캡쳐)가 안 되는 점도 아쉬웠다. 아이나 고령의 부모님 등 피보험자 대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데 화면 갈무리가 되지 않으면 빠르게 배우자나 가족에게 전달하기 어려워서다.

입력 항목이 많아 디지털 취약계층 이용 편의성이 떨어져 보이는 점도 다소 아쉬웠다.

이 역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겠지만 몇 차례에 걸친 본인인증 절차와 개별 내역 확인 등이 번거로웠다. 고령층을 위한 서비스인 듯한 ‘큰 글자’ 모드가 있었지만 유의미한 글자 크기 차이를 확인하긴 어려웠다.
 
[체험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첫날 '앱' 써보니, 쓸 수 있는 동네병원 없었다
▲ 25일 서울시 영등포구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 전산시스템 오픈식’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 전산시스템 오픈식’에는 다수 대형보험사 대표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아직 병원 참여 수가 체감하기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미참여 병원과 EMR 업체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함께 찾아가는 등 참여율을 높이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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