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의 반도체 수율 확보에 예상보다 뛰어난 성과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TSMC 애리조나 공장 건설현장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신설한 반도체 파운드리 설비의 수율(생산 가운데 양품 비율)이 대만 공장을 웃돌 정도로 빠르게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인텔이 미국 공장 투자를 잇따라 늦추는 사이 TSMC가 수주 성과에 힘입어 투자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블룸버그는 25일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TSMC가 내년 상반기 가동하는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의 수율이 대만보다 약 4%포인트 높다고 보도했다.
릭 캐시디 TSMC 미국법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미국 씽크탱크에서 주최한 정책 세미나를 통해 이런 내용을 직접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운드리 수율은 공장에서 제조된 전체 반도체 물량 가운데 불량품을 제외한 비중을 말한다. 이는 반도체 위탁생산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에 직결된다.
TSMC가 미국에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는 사례는 처음인 만큼 초반에 수율 확보가 어려워 원활한 설비 가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했다.
그러나 TSMC가 예상을 깨고 양산에 들어가기 전부터 뛰어난 수율을 기록하면서 미국 공장 투자에 우수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웨이저자 TSMC CEO도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공장의 4나노 파운드리 생산라인은 매우 만족스럽고 우수한 수율을 보였다”며 “강력한 제조 역량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수율은 제조사가 막대한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초반에 겪었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중요한 업적을 올렸다”고 평가했다.
TSMC 미국 공장은 초반부터 건설 인력 부족과 노사갈등, 이에 따른 반도체 생산 일정 지연과 같은 다수의 문제를 겪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12월6일 TSMC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러나 미국 정부는 TSMC 공장에 66억 달러(약 9조1천억 원)의 보조금과 50억 달러(약 6조9천억 원)의 대출 지원, 25% 세금 감면 등 정책을 확정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던 주요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인텔이 고객사 부족과 자금난 등으로 투자를 잇따라 늦추고 있는 상황도 TSMC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최근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전하는 것과 달리 TSMC는 올해 매출 전망치를 상향하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캐시디 CEO는 TSMC가 미국 정부에서 추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설 투자를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리조나 부지에 모두 6곳의 반도체 공장을 설립할 여유가 있는 만큼 더 많은 파운드리 설비를 도입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는 현재 제2차 반도체 과학법(CHIPS Act)를 초기 단계에서 논의하고 있다. TSMC가 추가 공장 설립을 추진한다면 더 많은 보조금을 확보할 공산이 크다.
애플과 엔비디아, AMD 등 TSMC 주요 고객사는 이미 애리조나 공장에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맡기는 방안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이러한 고객사들의 수요를 반영해 최근 미국에 반도체 패키징 설비를 확보하는 계획도 확정했다.
웨이저자 CEO는 콘퍼런스콜에서 “TSMC 애리조나 공장은 기존의 대만 반도체 공장과 동일한 수준의 품질 및 안정성을 고객사에 보장할 수 있다”며 내년 초 양산 계획이 순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