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컨설팅업체를 선정하는 등 자본확충 방안을 찾고 있다.
자본을 늘리는 과정에서 신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데다 보험업계가 앞으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방안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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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회계법인과 해외 증권사 등에 자본구조와 관련한 컨설팅업체 선정과정에 참여해 달라는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해외 보험회사들이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어떻게 대응했는지와 자본을 어떤 방법으로 확보할지 등을 자문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 국제회계기준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자본확충 방안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가장 좋은 자본구조를 만들기 위해 컨설팅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이라며 “새 국제회계기준 2단계 도입과 신지급여력비율(RBC)제도 적용에 대비해 경험과 정보가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자본확충을 위해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 후순위채 발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데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상증자의 경우 국제회계기준 2단계 도입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생명보험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생명은 62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지만 최대주주인 안방보험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보험업계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할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은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보험업계의 가용자본금이 현재보다 47조 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유상증자가 이뤄지더라도 신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교보생명은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39.45%, 사모펀드(PEF)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이 개인적으로 수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유상증자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지분율이 떨어질 수 있다.
신 회장은 재무적투자자들에게 2015년에 교보생명의 상장을 약속하며 이들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였지만 아직 상장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올해 9월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주주간 협의도 끝났다. 어피너티컨소시엄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앞으로 독자적으로 지분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신 회장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생명보험회사들의 주가가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부진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공모주시장이 얼어붙은 점도 부담이다.
신 회장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거나 후순위채를 발행할 수 있다도 관측도 나온다. 신종자본증권이란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길면서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를 주는 금융상품이다. 금융당국은 신종자본증권을 자기자본으로 인정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아직 국제회계기준의 구체적인 내용조차 확정되지 않아 자본을 얼마나 늘려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구체적인 자본확충 방법과 시기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