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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지 오는 17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삼성그룹은 13일 공식적으로 “이 회장의 병세가 상당히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부회장 주도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 공백에다 삼성전자 실적부진이라는 이중고를 맞아 인력감축에 들어가는 등 비상경영을 펼치고 있다.
◆ 삼성전자는 지금 ‘비상경영’
이 회장이 쓰러진 뒤 삼성그룹은 별도의 비상체제를 꾸리지 않았다.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삼성이라는 자신감도 내보였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2분기 영업이익 7조 원대의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뒤 위기감이 전 계열사에 확산되면서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부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퇴직을 추진하는 등 ‘조용한’ 인력감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사업부를 중심으로 임원 성과급 반납 및 각종 비용절감에 이은 '삼성식 구조조정'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인사담당자들이 간부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명예퇴직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숨막히는 면담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인력감축은 무선사업부의 개발부문을 넘어 회사 전부문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또 투자계획을 재검토하고 비용절감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도 시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글로벌 언팩(제품공개) 행사와 세계가전전시회(IFA)에 참가하는 임직원도 줄이기로 했다. 또 출장이나 잔업을 자제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심지어 종이컵 사용이나 컬러인쇄까지 금지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서초동 본사에 근무하는 경영지원실 직원 1천여 명 가운데 15% 정도를 현장에 재배치하는 개편을 추진했다. 또 임원들의 해외출장 때 단거리 비행은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하고 전체 출장비도 20% 줄이는 조처도 시행했다.
이런 비상경영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전체 계열사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기와 삼성중공업도 경영진단 뒤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은 이미 인원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 새 전용기 먼저 탄 이재용
이건희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어깨도 더욱 무거워졌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의 주요 현안을 챙기는 행보도 넓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말 전용기를 교체했다. 새 전용기는 780억 원짜리 보잉 737-700기종으로 중간급유 없이 5300마일을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년 만에 새로 도입한 전용기를 처음 탄 사람은 이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 전용기를 타고 지난달부터 미국과 유럽 등 해외출장을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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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12일 동안의 일정으로 미국과 유럽출장 길에 올랐다가 지난 10일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시애틀과 캘리포니아 현지법인들을 둘러보고 시장상황을 점검했다. 내년에 완공예정인 캘리포니아 연구개발센터도 돌아봤다.
이 부회장은 또 프랑스 파리에도 들러 유럽 프리미엄 가전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협력사 등 관계자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진행해 온 특허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하는 과정에서 실마리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초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드코 미디어콘퍼런스에 참석해 팀 쿡 애플 CEO와 만났다.
◆ “이건희 회장 병세 상당히 호전”
이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13일 오전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를 마친 뒤 수요브리핑에서 “이건희 회장의 병세가 상당히 호전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회장의 건강상태와 관련한 온갖 소문이 나돌았으나 삼성그룹은 공식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삼성그룹이 이 회장의 병세에 대해 공식반응을 내놓은 것은 지난 6월18일 이후 두 달 만에 처음이다.
이 전무는 이날 “삼성서울병원 의료진들은 앞으로 지속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며 “계속 회복중”이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이 전무는 구체적 회복경과와 치료방법은 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10일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고 외부에 대한 반응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앞서 6월18일 이 회장이 하루 8~9시간 가량 눈을 뜨고 있으며 손발을 움직이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회장이 입원한 이후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매일 병원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추측성 소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증권가 정보지와 SNS 등에 “삼성의 VIP들이 속속 삼성의료원으로 집결하고 있다”며 이 회장의 위독설이 급속히 퍼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요 포털 검색어순위에 이 회장의 이름이 오르고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일부 계열사의 주가가 출렁였다.
이 소문은 곧 사실무근임이 밝혀졌고 주가등락을 노리는 작전세력이 개입해 의도적으로 소문을 낸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