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진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장(왼쪽 2번째)이 15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BP금융포럼 in 자카르타'에서 현지 법인장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응철 우리소다라은행 법인장, 박 행장, 오인택 IBK인도네시아은행 법인장, 이헌주 우리파이낸스인도네시아 법인장, 강석운 비즈니스포스트 대표, 박수덕 주인도네시아 대사대리, 이효연 코트라 인도네시아비즈니스협력센터장. <비즈니스포스트> |
[자카르타(인도네시아)=비즈니스포스트] “하나은행이 인도네시아 진출 국내은행 가운데 처음 하는 게 무척 많다. 특히 디지털 경쟁력은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하나은행 본점에서 만난 박종진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박 행장은 현지 진출 국내 은행 법인장 가운데 가장 긴 시간을 보내 ‘인도네시아 전문가’로 평가된다.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IT기술 경쟁력을 바탕에 둔 ‘디지털 서비스’를 무기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1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한 맞춤형 추천 펀드 서비스 ‘하나 아이드바이저(Hana Aidviser)’는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출시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다.
인공지능을 통한 펀드 추천 및 비대면 펀드 가입이 가능한 서비스로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국내에서 상용화한 기술을 발 빠르게 적용해 현지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밖에도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이 현지에서 처음 해낸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한국계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신디케이션론 연계 이자율 스왑 거래를 유치했다.
2019년에는 한국계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수탁(Custody) 승인을 받았다. 이후 4년 만에 수탁자산을 7배인 22조 루피아(약 1조9500억 원)까지 늘리는 성과를 냈다.
▲ 자카르타 중심부에 위치한 하나은행 본점 모습.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은 '디카페 하나 라운지'(오른쪽)를 통해 고객 접점을 늘리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인도네시아 한국계 은행 가운데 영업점 없는 디지털은행을 처음 선보인 것도 하나은행이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글로벌 메신저업체인 라인과 손잡고 2021년 라인뱅크를 출범했다. 라인뱅크는 올해 6월 기준 다운로드수 630만 회, 사용자수 100만 명을 넘어섰다.
섬이 많고 인터넷에 친숙한 청년층이 많아 인도네시아 금융사 격전지로 여겨지는 ‘디지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박 행장은 “하나은행은 국내 은행 가운데서는 유일히 디지털 뱅크 ‘라인뱅크’를 출범해 운영하고 있다”며 “차세대 IT 리빌드 프로젝트를 자체적으로 1년 반만에 성공적으로 마쳐 디지털 뱅크 등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행장은 이날 인터뷰 내내 하나은행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조했다. 직접 핸드폰을 꺼내 모바일 앱을 켜 디지털 비대면 사업을 어떻게 펼치고 있는지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본점 9층에 위치한 IT센터에는 150명 가량의 현지 개발인력이 일하고 있었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은 이를 더 늘려나갈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
하나은행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경쟁력은 강력한 IT조직에 기반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은 한국계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전산개발부터 유지보수까지 IT 관련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IT조직을 내재화해 운영하고 있다.
이날도 본사 9층 IT센터에서는 150여 명의 인도네시아 현지 IT인력이 각 지점의 전산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며 부지런히 일하고 있었다.
곽상근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 IT디렉터(전무)는 “2016년부터 여기서 일하고 있는데 직원들에게 꿈과 비전, IT는 하나은행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심어주며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180명 가량으로 조직을 늘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디지털 경쟁력을 토대로 현지 고객 접점을 늘리며 성장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자체 개발 역량을 토대로 현지 휴대폰 판매사 에라자야(Erajaya)와 제휴를 통해 휴대폰 구매자금 대출 신상품과 한국을 찾는 인도네시아 여행객을 위한 한국 교통카드 탑업 신상품 등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 (왼쪽부터) 이효연 코트라 인도네시아비즈니스협력센터장과 디안 에디아나 레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은행감독담당 청장, 박종진 행장이 15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BP금융포럼 in 자카르타'에서 행사 시작 전 VIP티타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박 행장은 “신용정보 파악이 힘든 ‘씬 파일러(Thin filer)’가 많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자산 규모보다도 리스크관리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때 대거 의심 여신을 덜어냈고 차세대 디지털 체계도 갖춘 만큼 본격적으로 도약할 준비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1990년과 2007년 각각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합쳐져 2014년 출범했다.
박 행장은 2017년 6월부터 부행장으로 일해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의 산증인으로 평가된다. 2020년 11월에는 행장에 올랐다. 오랜 현지 생활로 현지 금융감독청(OJK)과 신뢰 관계도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법인 고객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256만 명 가량으로 지난해보다 23.6% 늘었다. 지난해에는 2022년보다 46% 가량 증가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