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주가가 최근 2년9개월 사이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
[비즈니스포스트] 쿠팡 주가가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쿠팡 주가는 무려 63% 올라 시가총액 62조1천억 원가량을 달성했다. 1년 동안 오른 기업가치만 24조 원이 넘는다.
롯데쇼핑(1조7600억 원)과 이마트(1조6400억 원), 신세계(1조5400억 원), 현대백화점(1조1천억 원) 등 국내 유통산업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도 6조 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쿠팡의 위상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쿠팡을 향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은 데는 이유가 있다.
쿠팡은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곧 망할 기업’이라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었다. 쿠팡이 2022년까지 기록한 누적 영업손실만 6조2천억 원가량이었다.
하지만 2022년 3분기에 창립 이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쿠팡은 이후 7개 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이어갔다. 2023년에는 창사 14년 만에 첫 연간 흑자라는 기념비도 세웠다.
물론 2분기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것은 흠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할 과징금 추정치 1630억 원을 선반영한 탓이 컸기 때문이다.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의 자료를 살펴보면 쿠팡이 올해도 연간 흑자 기조를 이어간다는 데 의구심을 보이는 곳은 드물다.
쿠팡 주가가 2022년 1월 이후 거의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는 데는 분명 이러한 기대감들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 시각에서 보면 투자할 만한 유통기업 가운데 쿠팡만한 회사를 꼽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쿠팡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각은 투자자들의 그것과 조금은 다른 것 같다.
종종 “쿠팡은 안 쓰게 되더라고요”라는 말을 듣는다. 명실상부한 이커머스 1위 기업인데다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영향력마저 흡수하고 있어 사실상 ‘대세’라는 평가를 받는 쿠팡을 안 쓴다니 어찌된 일일까.
이런 말을 하는 대부분의 이들은 쿠팡이 소비자들에게 열과 성을 다하는 만큼 노동자들을 대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쿠팡 물건을 배송하다가 숨진 택배기사 얘기들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살펴보면 쿠팡에서 일하다가 여러 이유로 사망한 노동자 관련 보도를 공유하며 이런 기업에서 배송을 시키는 것이 꺼려진다는 반응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쿠팡이 ‘빠른 배송’에 매몰돼 정작 이 서비스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는 소홀하다고 보고 있다.
쿠팡 서비스를 거부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소비자의 모습이라며 실제 쿠팡 탈퇴 사실을 알리는 사용자도 적지 않아 보인다.
쿠팡을 향한 차가운 시선은 비단 노동자 사망 사고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산업재해도 쿠팡의 대외적 이미지를 갉아먹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동안 쿠팡과 자회사 쿠팡CLS의 평균 재해율은 5.9%였다.
산재 사고가 많기로 유명한 건설업의 재해율 1.45%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치이며 산업 전체의 평균 재해율 0.66%와 비교하면 무려 9배나 많다.
쿠팡의 노동환경이 좋은지, 아닌지를 놓고 나오는 수많은 논란을 한 번에 일축하는 자료다.
이런 부정적 자료들은 쿠팡을 향한 시각을 계속해서 나쁘게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 가운데 하나인 ‘노동자 문제’를 놓고 쿠팡이 혁신하지 않다보니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 ‘단기간에 유통시장을 장악해나가는 이커머스 1위 기업’이라는 찬사에 빛이 바라는 느낌을 받는 것은 비단 기자 개인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런 부정적 인식이 단번에 소비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것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쿠팡에서 자주 발생하는 노동자 사망사고 때문에 와우멤버십을 탈퇴했다는 한 사용자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쿠팡 와우멤버십 해지했는데 다시 가입해야 하나. 고민된다. 빠른 무료배송을 못 이기겠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노동자 사망 사고가 언짢긴 하지만 쿠팡을 끊고 살기 어렵기 때문에 애써 외면하더라도 쿠팡을 쓰겠다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수치에서도 이런 경향성이 엿보인다.
쿠팡이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의 월 구독료를 기존 1달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한 4월, 많은 사람들은 기존 회원의 구독료가 인상되는 8월이면 쿠팡의 가입자 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예상은 엇나갔다. 빅데이터 전문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8월 쿠팡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3138만 명으로 7월보다 19만 명 늘었다. 요금 인상이 결정되기 직전인 3월과 비교하면 100만 명 순증했다.
사실상 쿠팡 엑소더스가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쿠팡이 변함없는 고객 증가 수치에만 의존해 앞으로도 변화가 더딘 기업으로 남지는 않았으면 한다.
‘Wow the Customer(고객을 와우하게 하라)’는 슬로건처럼 기업을 떠받치고 있는 중요한 축인 노동자들의 문제를 외면하고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치부하다가는 언제든 쿠팡을 향한 고객들의 열광도 수그러들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쿠팡을 향한 논란은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언젠가 한 번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쿠팡의 역할모델로 꼽히는 미국의 거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 사례를 참고할 만 하다.
아존 역시 직원들의 노동 착취 문제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2014년 국제노총 총회에서 최악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정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 국제노총은 “아마존은 독일에서 영업하면서 노동자들을 마치 로봇처럼 취급했다”며 “아마존은 최근 몇 년 동안 공공연하게 로봇으로 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부유한 미국 기업이 노동자들의 존엄과 권리를 무시하며 영업하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남희헌 유통&성장기업부 부장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