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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10월] 14년 전 이건희 회장의 예언과 삼성전자의 위기

김승용 기자 srkim@businesspost.co.kr 2024-10-1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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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2010년 3월,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조성 폭로 이후 전격 퇴임했던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2년 여 만에 다시 경영에 복귀하면서 한 말이다.
 
[데스크리포트 10월] 14년 전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01367'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건희</a> 회장의 예언과 삼성전자의 위기
▲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삼성전자>

그 후로 14년이 지난 지금, 고 이건희 회장의 예언이 아주 정확히 들어맞진 않았지만 ‘초일류’, ‘초격차’에 승승장구했던 삼성전자가 위기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어쩌면 고 이 회장은 삼성의 위기를 일찌감치 내다보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위를 다그친 것일지도 모른다.
 
그 다그침이 현재 삼성전자에 절실해졌다. 1983년 선대 이병철 회장의 ‘도쿄 선언’ 후 본격 시작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1990년대 중반부터 큰 빛을 보기 시작하며, 지난 30여 년 동안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거머쥐었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최고 기술력과 생산력을 확보한 삼성전자를 감히 어느 기업도 넘보지 못했다. 

그랬던 삼성 반도체가 지난해부터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일면서 엔비디아의 그래픽칩(GPU)이 AI 연산을 위한 반도체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AI 시대로의 전환이 봇물을 이루자 엔비디아 AI 칩은 가격이 폭등했고 순식간에 동이 났다. 아직 생산도 되기 전인 제품까지 ‘입도선매’가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AI 반도체를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선행 개발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먼저 대량 공급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뒤늦게 개발에 들어갔지만, 연초 시작한 엔비디아 인증을 아직도 획득하지 못하면서 HBM 시장 주도권을 빼앗겼다.

소니가 브라운관 아날로그 TV에서 LCD 디지털 TV로 기술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며, 삼성전자에 세계 TV 시장 1위를 내어주고 30년 소니 전자 왕국이 몰락했다. 그렇듯 삼성전자가 AI 기술변화에 선제 대응하지 못하면서 메모리 주도권을 경쟁사에 넘겨주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기술 초격차는 빠르게 무너졌다. HBM에 이어 전통적인 D램 메모리 기술력에서도 SK하이닉스에 밀린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8월 말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 1c 미세공정을 적용한 16기가바이트(GB) DDR5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역대 처음으로 D램 분야 초미세 나노공정 기술에서 경쟁사에 뒤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6세대 1c(11~12나노) 미세공정을 적용한 D램 수율(완성품 비율)을 끌어올리는 데도 SK하이닉스에 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데스크리포트 10월] 14년 전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01367'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건희</a> 회장의 예언과 삼성전자의 위기
▲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스템LSI에서도 기술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파운드리 3나노 공정에서 발열과 낮은 수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 문제를 1년이 다 되도록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불과 5년 전만 해도 삼성 반도체 조직에서 이런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이다.

이런 끝에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선두주자인 대만 TSMC와 시장점유율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해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2.3%로, 삼성전자 11.5%와 격차는 50.8%포인트로 크게 벌어진 상태다. 

파운드리 3나노 공정 기술력에서 뒤처지면서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만드는 스마트폰용 모바일CPU(AP)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은 2023년 2조949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으로 2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파운드리는 적자가 지속될 뿐만 아니라, 주요 대형 고객사가 떠나가고 새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도 실패해 사업성마저 급전직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인텔처럼 삼성도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분사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지만, 3나노 공정뿐 아니라 2나노, 1나노 등 첨단 미세공정에서도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삼성 파운드리는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데스크리포트 10월] 14년 전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01367'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건희</a> 회장의 예언과 삼성전자의 위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15조 원 적자에서 올해는 약 15조 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2018년 45조원에 달했던 반도체 영업이익에 비해 3분의1 수준이다. 

앞으로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에서 기술 주도권을 되찾지 못하면 삼성 반도체는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가 무너지면 삼성그룹 존립 자체도 힘겨울 수 있다. 삼성그룹은 반도체 사업 외에 막대한 부를 창출할 또다른 성장 사업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쪽에선 현재 삼성전자 위기는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의지에 따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던 이재용 회장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 강화를 추진하면서 발단이 됐다는 시각을 내놓는다. 

메모리에 주력하던 반도체 전문 연구개발 인력을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로 각각 나눠 배치하면서 메모리도, 파운드리도, 시스템LSI도 모두 기술 주도권을 잃어버리게 됐다는 것이다.

또 한 켠에서는 30년 간 1위 사업자로 승승장구하며 비대해진 반도체 조직 내부에서 기술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보신주의가 퍼졌고, 이로 인해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현재 안팎에서 제기되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역시 ‘기술 혁신’만이 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달이 차면 기울고, 기운 달은 다시 찬다.’ 세상 만물의 이치다. 기운 달을 다시 채우려면 고 이건희 회장 말처럼 철저히 다시 시작해야 한다. 삼성의 혁신을 기대한다. 김승용 산업&IT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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