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배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장이 한화생명의 대표이사 부회장에 내정됐다. 김 부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분신’으로 불릴 만큼 최측근으로 통한다.
이번 인사는 한화생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김 회장의 경영복귀를 앞두고 핵심계열사에 대한 친정체제를 넓히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
|
|
▲ 김연배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장 |
한화생명은 12일 김연배 비상경영위원장을 대표이사에 내정하고 차남규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한화생명은 “경기침체와 저금리 등 어려운 보험시장 환경을 극복하려면 각자대표 체제를 통한 책임경영 자세가 요구된다”며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두 대표이사의 역할분담은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재계는 앞으로 김 부회장이 대외업무나 조직관리를 맡고 차남규 사장이 영업 등을 챙기는 투톱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회장의 연배나 그룹 내 위상 등을 봤을 때 계열사 간 업무를 조정하는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화생명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김 부회장의 내정 이유는 한화생명의 수익성 악화다. 한화그룹 금융부문 부회장 등을 역임한 금융전문가 김 부회장을 통해 수익성 악화를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3월 5년 만에 구조조정을 했다. 이 과정에서 전체인력의 6%가 넘는 300여 명이 한꺼번에 희망퇴직했다. 생명보험업계 전체가 역마진(생명보험사의 운용수익률이 고객에게 지급해야 될 금리보다 낮은 상황) 확대와 성장성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실적부진과 구조조정 등 한화생명의 상황이 좋지 않고 전망도 밝지 않다”며 “금융 전문가인 김 부회장의 리더십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김승연 회장의 경영복귀를 위한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부회장은 김 회장과 경기고-서울대학교를 함께 나온 동문이다. 또 한화그룹에 몸담은 지 45년이 넘은 그룹 내 원로다. 한화그룹의 흥망성쇠를 함께 하며 김 회장과 함께 지금의 한화그룹을 만들어 온 셈이다. 이 때문에 그룹 내에서 실세 중 실세, 김 회장의 그림자로 통한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그룹 비상경영위원회의 수장을 맡고 있다. 이러한 사실도 김 부회장에 대한 김 회장의 신뢰를 보여준다. 그는 김 회장의 부재로 생길 수 있는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1968년 한화증권에 입사했다. 그 뒤 한화그룹 재정팀장을 거쳐 1999년부터 2002년 11월까지 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 본부장으로 일했다.
한화그룹의 굵직굵직한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은 대부분 김 부회장의 손을 거쳤다. 2002년 대한생명 인수도 그의 작품이다.
김 부회장은 그 과정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는 공정한 입찰을 방해한 혐의와 전윤철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뇌물을 주려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당시에도 “혼자서 한 일”이라며 김 회장을 보호했다.
이런 김 부회장에 대한 김 회장의 신임은 각별하다. 김 부회장은 복역기간 중에도 매월 3천만 원의 급여를 받았고 복역 후 김 회장으로부터 12억 원 상당의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2007년 초 1만여 명의 한화 임직원들에게 김 부회장이 쓴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에 대한 독후감을 전원 제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오는 9월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에 공식 취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