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플랜트 공단. < GS건설 > |
[비즈니스포스트] 건설업계 불황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성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애초 올해 해외건설 수주목표는 400억 달러로 설정됐다. 해외건설 수주 400억 달러는 2015년(461억 달러) 이후 10년 가까이 이룬 적 없는 도전적 목표다. 그럼에도 정부와 업계는 중동시장 공략, 글로벌 원전 수주,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 투자개발사업 비중 확대 등 전략을 통해 어려움에 빠진 건설업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해외건설협회 수주통계에 따르면 8월 말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180억 달러로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지난해 같은 기간(219억 달러)과 비교해도 20%가까이 적은 수준이다.
그나마 상반기 삼성E&A와 GS건설이 사우디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파딜리 가스전 프로젝트를(73억 달러) 수주하지 않았다면 해외수주 성과는 더욱 처참할 뻔했다. 파딜리 프로젝트는 전체 수주의 40%를 차지하며 해외건설 수주 버팀목이 됐다.
파딜리에 이어 유일하게 10억 달러 이상 수주 건수가 건설사가 아닌 HD현대중공업의 알 샤힌 유전 해상플랫폼 공사 수주(11억 달러)라는 점은 건설업계가 얼마나 해외수주에서 고전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8월 말까지 중동지역 수주가 지난해 74억 달러에서 올해 109억 달러로 증가한 점이나 단순도급이 아닌 개발사업 비중이 11%로 두자릿수까지 오른 점 등은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전반적 해외수주 성과가 부진한 점은 역시 아쉽다. 사실상 연간 목표 400억 달러 달성에는 빨간불이 켜졌고 이대로면 지난해 연간 수주액(333억 달러)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올 초만 해도 해외건설 누적수주 1조 달러 돌파를 향한 기대가 컸는데 이대로면 누적 1조 달성 시점도 내년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해외건설 누적수주액은 9638억 달러로 올해 연간 362억 달러를 수주하면 1조 돌파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400억 달러 수주 목표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누적 1조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8월 말까지 누적수주액은 9817억 달러에 그치며 연내 1조 달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9월 해외건설 수주통계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9월에도 해외에서 대형 수주가 없었던 만큼 유의미한 실적 상승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연간 목표 달성과 누적 1조 돌파의 성패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남은 4분기에 해외건설 수주를 만회하기 위해 진력해야 하는 시점이다.
건설업계가 기대하던 대형 수주 건수들이 2~3분기에 지연되며 불확실성을 키워왔는데 4분기 안에 매듭지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외 환경과 프로젝트 개별 사정이 변수로 작용해 수주 시기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은데다 수주 자체가 어그러지는 일도 존재한다.
애초 올해 해외수주 목표 달성이 버거워진 것도 연내 수주 인식이 가능하리라 예상했던 체코 원전 사업자 선정 절차가 지연되면서 내년 상반기로 본계약 체결 시점이 이뤄진 영향이 크다. 수주를 확정할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오른쪽)이 2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사에서 블라디미르 말리노프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현대건설> |
현대건설은 9월 초 방한한 블라디미르 말리노프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과 만나 10월 중으로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엔지니어링계약을 맺기로 합의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월 18조 규모의 코즐로두이 원전 건설사업의 입찰자격심사(PQ)를 단독 통과했다. 계약이 체결되면 현대건설은 9조 원가량을 수주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은 기본설계(FEED)를 진행하는 17조 원 규모의 파푸아뉴기니 액화천연가스(LNG) 처리시설 발주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최근 증권사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내년 상반기에 파푸아뉴기니 프로젝트와 불가리아 원전 수주가 확정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수주 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E&A는 기본설계 수행 이후 EPC 계약을 기대하던 20억 달러 규모 사우디 알루자인 PHH/PP 프로젝트가 경쟁입찰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수주가 멀어졌다. 비슷하게 기본설계에서 EPC 계약으로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TPPI 프로젝트(35억 달러)는 발주처의 최종 투자결정을 남겨두고 있는데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 TPPI는 최근 동남아 발주 분위기를 보건대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사업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불확실한 환경을 반영해 말레이시아 하이비스커스 EPC 발주도 지연될 것으로 가정한다"고 분석했다.
대우건설은 체코 원전 수주를 비롯해 현대건설과 마찬가지로 기본설계에 참여한 파푸아뉴기니 LNG 수주가 내년으로 이연된 상황에서 3조 원 안팎 규모의 투르크메니스탄 비료공장 사업도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우건설은 3분기 중으로 수주가 이뤄질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수주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그러다 7일 2건의 사업 중 요소-암모니아 비료공장 프로젝트는 최종 수주에 실패했고 나머지 미네랄 비료공장 프로젝트를 놓고 발주처와 협의 중에 있다고 알렸다. 김디모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