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회장(맨 왼쪽)이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획득을 위한 주식 공개매수를 시작한 지 19일 만에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를 시작하며 대반격에 나섰다. 최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려아연> |
[비즈니스포스트]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회장이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획득을 위한 주식 공개매수를 시작한 지 19일 만에 '배수진'을 치고 대반격에 나섰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막기 위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이들이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인상할 지 관심이 쏠린다.
2일
최윤범 회장은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이익 보호를 위해 약 2조7천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기로 의결했다"며 "회사와 주주, 임직원, 협력업체를 지키고 지역사회,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진심을 담은 간절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뒤 최 회장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1주당 83만 원에 자사주 320만9009주, 약 2조6635억 원 어치를 공개 매수해 전량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 기간은 오는 4~23일로, 취득 예정주식은 발행주식 총수의 약 15.5%에 해당한다.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는 사모펀드 베인캐피탈도 4300억 원을 투자해 참여하는데, 이를 합산하면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로 취득 예정인 총 주식수는 전체 발행주식수의 18.0%, 총 금액은 약 3조1천억 원에 달한다.
이날 최 회장은 영풍-MBK가 별개의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영풍 정밀에 대한 대항 공개매수에도 나섰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데, 최 회장 측은 현재 영풍정밀의 지분 35.34%를 들고 있다. 공개매수가는 앞서 영풍-MBK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보다 20% 높인 주당 3만 원을 제시했다.
현재 고려아연이 영풍정밀의 경영권을 쥐고 있지만 영풍-MBK가 이를 뺏어오면 의결권 3.7%를 확보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 영풍정밀 주식 공개매수는 이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은 경영권 분쟁 이후 전망에 관한 질문에 "솔직히 지난 3주 동안 오늘만을 보면서 살았기 때문에 내일이 어떻게 될 지는 고민은 했지만 정확한 계획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오늘 공개 매수 결정을 했고, 우리의 1차적 목적은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 저지"라고 말했다.
이렇듯 최 회장이 19일 만에 배수진을 치고 대대적 반격에 나선 것은 이날 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전부 기각 결정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오늘 법원이, 영풍이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전부 기각하는 결정을 내려준 데 따라 그 적법성과 합리성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공개매수 기간 중 고려아연은 적대적 공개매수에 대해 경영권방어나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자사주를 취득하면 배임',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배당가능이익이 586억에 불과하다'는 등 법원 재판단계에서 영풍 측이 제기한 모든 주장들이 이번 법원의 기각 판결로 허구로 판명났다는 것이다.
다만 영풍 측은 이날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결의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행위이므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목적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시켜 달라는 기존과 별개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영풍이 법원에 다시 낸 가처분 신청은 오늘 아침 판결이 난 가처분의 상당 부분을 재탕한 것으로밖에 안보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 영풍정밀을 제외하고 이날 고려아연이 공개매수에 나선 자사주 지분(18%)은 영풍-MBK의 경영권 인수 저지를 위한 주식수를 크게 넘어선다.
현재 영풍 측은 고려아연 지분 33.13%를, 최 회장 측은 지분 33.99%를 들고 있는데 고려아연 자사주 2.39%와 국민연금 지분 7.5%를 제외한 유동주식 비율(22.92%)를 고려할 때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지분 약 6.05%를 추가로 확보하면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우리가 필요한 7~8%를 확실히 매입하기 위해,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참여토록 자사주 18%를 공개 매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이 주당 83만 원에 자사주 공개매수를 개시하면서 오는 4일까지 주당 75만 원에 공개 매수를 진행 중인 영풍-MBK 측은 최소 공개매수 수량인 144만5036주(약 6.98%)에 미달해 무산될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영풍-MBK 측이 공개매수가를 추가로 높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영풍 측은 일부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공개매수가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영풍-MBK 측이 현재 가격으로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에 응한 지분을 결제하는 데도 약 3조6천억 원이 들어간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로서는 공개매수가를 높여 자금을 더 쏟아붓게 되면 경영권을 인수하더라도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영풍-MBK 측이 공개매수 종료 전 10일 이내에 현재 공개매수가를 높이면 공개매수 기간이 10일 연장돼 고려아연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
영풍-MBK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종료 시점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양측의 경영권 다툼이 물러설 수 없는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면, 누가 승리하든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과 신사업 투자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최 회장은 "83만 원이란 가격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시작하기로 한 것은 단기적으로 금융부담이 수반되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보존하고 모든 이해관계자 이익을 제고하는 유일한 해법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