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우호적 대외 변수에 힘입어 사업 경쟁력을 키울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우호적 대외 변수에 힘입어 사업 경쟁력을 키울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하며 운임이 낮아질 가능성이 줄어든 만큼 HMM이 높은 이익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해외언론 보도와 해운업계 말을 종합하면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중동 부근 해역에서 활동하는 상선에 대한 위협도 커지고 있다.
최근 중동의 긴장이 다시 고조된 발단은 이스라엘이 친이란 성향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사살한 일이다. 이스라엘군은 9월27일(현지시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를 공습해 나스랄라를 비롯한 헤즈볼라 지휘부를 제거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스라엘의 공군·레이더기지를 표적으로 삼아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스라엘 역시 보복에 대한 재보복에 나설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런 긴장 속에서 상선들도 다시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
친이란 성향의 후티반군은 1일 홍해를 지나는 상선 2척을 공격한 것으로 파악된다. 후티반군의 상선 공격은 9월 초 이후 잠잠하다 다시 발발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해상 운임의 하방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컨테이너 운임은 코로나19 시기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치솟았다가 선사들의 선대 확대에 따른 선박 공급 급증 탓에 지난해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런데 후티반군의 군사 행동으로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운하가 봉쇄되자 운임은 다시 급등했고 그 덕분에 선사들은 다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표적 컨테이너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코로나19 영향이 최고조였던 2022년 5109.60까지 올랐다가 2023년 3월 906.55까지 곤두박질했지만 중동 긴장 고조에 힘입어 올해 3733.80까지 오르기도 했다. 현재 지수는 9월 말 기준으로 2135.08까지 낮아졌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중동의 정세를 살펴보면 지정학적 위협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해상 운임 역시 높은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낮지만 그렇다고 현재 상황이 단기간에 수습될 가능성도 역시 적다.
미국 동부 항만의 파업 역시 고운임을 유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 동부 항만은 미국 내 해운 물동량 가운데 4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동량 공급망이 경색되면 해상 운임은 상승 압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HMM으로서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시간을 벌 여지가 생긴 셈이다.
HMM은 경쟁 관계에 있는 글로벌 주요 선사들이 선대를 확장하거나 사업을 다각화하며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애쓰는 동안 다소 늦장을 부렸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해에는 회사 매각이 최우선 과제였고 올해는 새 해운협력체계를 꾸리는 일이 더 급선무였던 사정도 있다.
김경배 사장은 9월 새 해운협력체계 ‘프리미어얼라이언스’를 구성하기로 한 뒤 곧바로 23조 원 넘는 투자 계획이 담긴 중장기 경영전략의 구체적 방안도 제시하며 HMM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서두르고 있다.
특히 주력인 컨테이너 해운사업 이외 벌크(유조선, 건화물)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9월30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에쓰오일 본사에서 에쓰오일과 원유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한 이후 박봉수 에쓰오일 운영총괄 사장(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HMM> |
HMM은 최근 에쓰오일과 원유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계약 기간은 2025년부터 5년이며 규모는 약 1800억 원이다.
이런 장기운송계약은 운임 상승 시기에 선사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덜할 수 있지만 시황이 하락하는 때에는 실적 방어에 유리하다. 벌크 사업은 주로 장기운송계약으로 진행된다.
HMM은 벌크 사업을 비중을 높이기 위해 선대도 늘리고 있다. 최근 HD현대미포에 중형 석유제품선(MR product tanker) 4척의 신조선 물량을 발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컨테이너 해운 시황이 구조적으로 하락세로 전환되는 시점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항만 파업 등의 불확실성으로 호황이 좀 더 유지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