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지티브 머니 '2024 녹색 중앙은행 점수표'에서 한국 순위를 나타낸 부분. 미국 연방준비제도보다는 높은 순위를 받았으나 G20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가깝다. <기후솔루션>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은행이 G20(주요 20개국) 중앙은행들의 녹색 정책을 평가한 지표에서 거의 최하위권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30일 국내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은은 영국 비영리 연구단체 포지티브 머니가 집계한 ‘2024년 녹색 중앙은행 점수표’에서 16위를 받았다.
한은은 최근 지속가능성장실을 신설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 속도를 높여왔으나 글로벌 수준과 비교하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농산물을 비롯한 생활물가가 치솟고 있으며 폭염과 홍수 등 자연재해가 증가하면서 경제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이에 기후변화 대응은 중앙은행들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한은도 최근 자체 연구자료를 통해 전 세계적 기후변화는 수출과 인플레이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2021년부터 기후변화 대응 방향을 제시하고 석탄 및 화석연료 투자 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투자 확대 정책 등을 펼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포지티브 머니 평가지표에 따르면 한은의 기후대응 수준은 G20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됐다.
포지티브 머니는 보고서를 통해 “(한은은) 녹색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데 있어 녹색채권 발행량이 부족해 제약이 있는 것을 비롯해 적극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질적 정책 수행에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포지티브 머니는 연구, 정책 제언, 통화 정책, 금융 정책 등 광범위한 분야를 아울러 G20 국가들과 유럽연합(EU) 기후정책을 평가했다. 올해 평가에서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1, 2, 3위를 차지했고 유럽중앙은행이 4위를 받았다.
브라질과 중국 중앙은행이 각각 5위와 6위로 그 뒤를 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한은보다 아래인 17위를 기록했다. 포지티브 머니는 연준이 달러가 갖는 위상과 미국 경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유럽 은행들보다 기후 대응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다고 지적했다.
잭 리빙스톤 포지티브 머니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이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췄을 때 글로벌 금융 환경에 미칠 막대한 영향을 고려하면 글로벌 금융 리더들이 연준 책임을 묻고 기후정책을 채택해 모범을 보일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기후대응이 강조되는 이유는 그만큼 기후변화가 물가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표면화된 증거”라며 “중앙은행은 물론 정부도 기후변화 대응이 곧 경제와 민생 정책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