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이 10월 형기를 마치고 경영에 복귀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 부회장의 개인적 판단만 보면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빠르게 대표이사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오너리스크’에 대한 부담도 동시에 커질 가능성이 높다.
▲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사진)이 10월 출소한 뒤 대표이사 복귀를 빠르게 추진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어 부회장이 10월 출소 직후 상속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대표이사 복귀에 시동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어 부회장이 2022년 상속받은 어준선 명예회장의 지분과 관련한 상속세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통해 절감할 수 있다. 요건을 충족하려면 빠르게 경영에 복귀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길이다.
어 부회장은 2022년 8월 아버지인 어준선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후 같은 해 12월 어 명예회장의 안국약품 지분 20.53%를 상속받으며 지분을 43.22% 확보해 안국약품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어 부회장이 상속받은 지분은 당시 종가 기준으로 260억 원에 이르는 규모였다. 어 부회장이 내야 할 상속세 규모는 16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어 부회장으로서는 주어진 상속세를 납부하거나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활용해 부담을 줄이는 등 2가지 선택지가 놓여있다.
가업상속제도는 피상속인이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승계할 때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 주는 것을 말한다.
어준선 명예회장이 생전 안국약품을 30년 이상 경영한 만큼 600억 원까지 상속 공제가 된다는 점에서 어 부회장의 상속세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다.
다만 이 제도를 적용받으려면 상속인이 상속세 신고 기한부터 2년 안에 회사의 대표이사에 올라야 하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어 부회장의 상속세 신고 기한은 2023년 2월이었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영에 복귀해야 하는 시한은 2025년 2월이다.
어 부회장은 올해 1월 안국약품 사내이사에 복귀하면서 대표이사 복귀를 위한 사전 준비는 마쳐뒀다. 사실상 가업상속제도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제약업계는 보고 있다.
사내이사나 사외이사 등 이사 선임 안건은 주주총회에서 의결된다.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을 의결하는 만큼 어 부회장이 출소한 이후 이사회만 열면 어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를 수 있다.
▲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더라도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어 추가적으로 안국약품(사진)에 오너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어 부회장은 2022년 3월 안국약품 사내이사 임기가 끝난 이후 사임했지만 올해 1월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2월 불법 임상시험 혐의 관련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비록 경영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형기만 마치면 대표이사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는 길을 깔아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 부회장은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 없이 개발하고 있던 혈압강하제를 연구소 직원들에게 투약한 혐의와 2017년에 직원 12명을 대상으로 항혈전응고제를 투여한 혐의로 기소돼 올해 2월 항소심서 징역 8개월의 형을 선고 받았다.
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대표이사 복귀에 문제는 없다. 횡령이나 배임 등의 혐의로 실형을 받게 되면 출소한 이후에도 최대 5년까지 취업에 제한을 받지만 불법 임상시험 등은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약사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취업제한 규칙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복귀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오너리스크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형을 받았던 불법 임상시험과 관련해 제약사의 중요한 소비자 신뢰를 깨버린 점도 문제지만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한 법적 다툼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 부회장은 의사 85명에게 89억 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돼 5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어 부회장의 재판은 5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뇌물을 수수받은 일부 의사는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는 점에서 추가적 사법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 부회장이 당장 경영에 복귀하더라도 추후 재판 결과에 따라 경영 공백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