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권 셀비온 대표이사(사진)가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셀비온의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셀비온은 방사성의약품 분야에서 업계 최고 역량을 갖추고 있다. 2030년 방사성의약품 신약 3종을 보유한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
김권 셀비온 대표이사는 25일 12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셀비온의 중장기 성장 계획을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말기 전림선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셀비온의 전립선치료제‘Lu-177-DGUL(Lu-DGUL)’가 안전성과 유효성 면에서 경쟁 약물인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플루빅토'보다 뛰어나다는 임상결과를 확보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Lu-DGUL가 계열 내 최고 약물(베스트 인 클래스) 가능성이 있다"며 "2027년 Lu-DGUL 단일 매출로 429억 원을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루빅토는 2022년 출시한 첫해 매출 2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2023년 매출은 9억8천만 달러를 낸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연간 매출 1조 원 이상을 내는 제품을 일컫는다.
플루빅토와 같은 기전의 약물인 Lu-DGUL는 임상에서 플루빅토보다 뛰어난 종양 억제 효과를 보였고 방사선 피폭에 의한 신장과 침샘 부작용 수치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셀비온은 방사성의약품 치료제 및 진단제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서울대 약대와 카이스트 화학과 박사 출신인 김 대표가 일본 이화학연구소 및 도쿠시마대 약학부 연구원과 코오롱 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지낸 뒤 2010년 셀비온을 설립했다.
셀비온이 처음부터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한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서울대 약대 동기인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정재민 교수의 권유로 2014년부터 방사성의약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정년 퇴임한 이후 2년 전부터 셀비온에 합류해 최고과학책임자(CSO)를 맡고 있다. 그는 세계핵의학회 국제정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한핵의학회 핵과학이사, 세계방사성의약품학회 회장 등을 지낸 방사성의약품 전문가로 셀비온의 기술력을 책임지고 있다.
셀비온의 코스닥 상장 도전은 이번이 3번째다. 2018년 처음으로 상장에 나섰지만 기술성평가 단계에서 무산됐으며 2021년에는 예심 청구까지 진행했지만 거래소에서 임상 자료 보완을 요구하면서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 방사성의약품은 최근 차세대 면역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번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방사성의약품이 차세대 면역항암제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방사성 동위원소는 질환을 진단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면 최근에는 암 치료제로서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방사성의약품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이다. 빠르게 암세포를 표적하고 반감기가 짧아 바로 배출되는 특성이 있어 항체약물접합체(ADC) 등과 비교해도 부작용이 적다고 셀비온은 설명했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방사성의약품 개발기업들을 활발하게 인수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5월 미국 방사성의약품 개발사 ‘마리아나온콜로지’를 17억5천만 달러에 인수했으며 아스트라제네카는 3월 캐나다 방사성의약품 개발사 '퓨전파마슈티컬스'를 24억 달러에 품에 안았다. 일라이릴리는 2023년 미국 방사성의약품 개발사 ‘포인트바이오파마’를 14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7월 ‘래디오네틱스온콜로지’와 인수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SK바이오팜도 앞서 중장기 성장 전략인 3가지 신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 표적단백질분해제(TPD),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가운데 방사성의약품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방사성의약품 시장의 개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방사성의약품 시장과 함께 전립선암 시장 규모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립선암은 남자 암종별 발생자 3위에 올랐다. 국민건강보험 조사 결과에서는 2024년 6월 기준 국내 전립선암 환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94.8%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전립선암은 고령화 추세로 발병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전립선암 치료제 시장도 지속적으로 커져 2025년 국내 1조400억 원, 글로벌 29조8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셀비온은 커지는 시장에 발맞춰 몸집을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타깃으로 하고 있는 말기 전립선암에 더해 초기 단계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도 처방 범위를 넓혀 전립선암 치료에서 입지를 탄탄히 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본격적인 생산과 판매를 위해 2027년까지 연간 생산능력 8만5천도즈 규모 방사성의약품 제조시설도 세울 계획이다. 신사업으로 치료용 동위원소 생산 공급도 추진하겠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가진 대부분의 목표는 글로벌 대형 제약바이오기업에 기술을 수출하는 것이다. 임상3상을 진행하기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탓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셀비온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박재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시기에 연연하기보다는 국내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좋은 결과를 확보한 다음 최대한 몸값을 높여 기술 수출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Lu-DGUL은 2021년 식약처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23년에는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 품목으로 지정받았으며 2025년 임상3상 진입과 조건부 시판을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Lu-DGUL 약가는 현재 플루빅토 비급여 공급가격(3천만 원 추정)의 90%인 2700만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출시 시기는 2025년 4분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셀비온은 24일부터 30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총 공모 주식수는 191만1천주이며 주당 공모 희망가는 1만~1만2200원이며 공모가가 확정되면 10월7일과 8일 일반청약을 받은 뒤 10월 중순 상장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대신증권이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