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공들여 키운 GS이니마 매각이 가시화됐다. 글로벌 수처리·환경사업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기업이 GS이니마 인수의향을 나타냈다.
이들은 단순 지분 투자 규모를 넘어서는 인수 제안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허 사장의 신사업 대표 성과인 수처리 사업의 최종 매각 규모를 두고 관심이 집중된다.
▲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GS이니마 경영권 매각을 결정할지 주목된다. |
25일 해외언론과 증권업계 말을 종합하면 GS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GS이니마 매각의 윤곽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앞서 스페인 언론 엘이코노미스타는 19일(현지시간) 시장 소식통을 인용해 스페인 건설사 FCC의 수처리 자회사 아쿠아리아, 스페인 건설사 사시르, 프랑스 환경기업 베올리아, 호주 자산운용사 IFM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GS이니마 인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컨소시엄은 GS이니마 인수를 위해 구속력이 없는 투자의향서(논바인딩 오퍼·Non-binding Offer)를 제출했다. 인수 금액은 10억 달러, 약 1조328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에 GS이니마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이 컨소시엄에 구속력 있는 입찰의향서(바인딩 오퍼·Binding Offer)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GS이니마 매각 관련 보고서를 내고 “추후 컨소시엄의 바인딩 오퍼가 제출될 경우 단가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구체적 금액은 올해 4분기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시장은 GS이니마 매각이 소수 지분 매각으로 이뤄질지 아니면 경영권을 포함하는 ‘빅딜’로 확장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GS이니마의 기업가치를 최소 1조6천억 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진다면 2조 원 이상의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덩치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건은 허 사장이 경영권까지 넘기는 결단을 내릴지 여부다.
GS이니마 매각은 지난해 10월 허 사장이 GS건설 최고경영자에 오른 뒤 진행하는 사업재편 가운데 단연 가장 큰 움직임으로 꼽힌다.
또 GS이니마는 오랫동안 신사업 육성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온 허 사장의 대표 성과로 꼽힌다. 최근 미국 건설전문지 ENR이 발표한 2024 건설사 매출 순위에 따르면 GS건설은 GS이니마 실적에 힘입어 수처리시설 분야 글로벌 매출 7위에 올랐다.
허 사장은 2018년 7월 전무 때 신사업추진실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신사업 전반을 총괄하기 시작했고 이후 GS이니마 잔여 지분 전부를 사들여 사업확장에 공을 들였다.
GS이니마의 연간 실적을 보면 2018년 매출 2312억 원, 순이익 206억 원에서 지난해 매출 4360억 원, 순이익 522억 원까지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GS건설 전체의 20%를 웃도는 11조4696억 원에 이른다.
현재까지는 허 사장이 GS이니마 매각 규모를 키우는데 무게가 실린다는 시선이 나온다.
아쿠아리아 컨소시엄의 입찰 금액으로 알려진 1조3천억 원과 시장에서 평가받는 GS이니마 기업가치 1조6천억 원을 빗대보면 단순 소수 지분 매각에 그치지 않는 규모다.
컨소시엄 참여기업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11조 원이 넘는 수주잔고를 지닌 GS이니마에 단순 투자를 시도하기보다는 경영권 인수에 더 관심을 보일 만한 기업들로 평가된다.
아쿠아리아 모기업 FCC는 2024 ENR 수처리 분야 매출 순위에서 GS건설보다 높은 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순위가 1단계 올라 건설산업 전체 1위인 프랑스 빈치(6위)를 제쳤다.
아쿠아리아가 구축한 수처리 시설은 스페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등 18개국에서 모두 4520만 명에게 제공되고 있다. 아쿠아리아는 올해 초에는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수처리 기업 MDS를 인수하며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사시르는 담수화 시설을 통해 스페인, 알제리, 튀니지, 칠레, 이스라엘 등에서 하루 220만㎥(입방미터) 규모를 수용할 수 있는 수처리 설비를 구축했다.
또 도시 내 수처리 운영을 통해 모두 900만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칠레의 물 사업권 회사 4곳, 호주의 담수화 플랜트 등을 인수하며 영역을 넓혔다.
베올리아는 ENR 환경기업 순위에서 1위인 글로벌 환경서비스 전문기업이다.
베올리아는 1억 명이 넘는 인구를 대상으로 상수 공급, 하수 처리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폐기물 처리와 에너지 분야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이미 수처리 시장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 기업들에는 단순 지분 투자보다 GS이니마를 완전히 품는 것이 매력적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허 사장은 GS이니마 매각 규모에 따라 재무부담을 크게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GS이니마의 스페인 남부 알헤시라스 수처리 설비. < GS이니마 홈페이지 갈무리 > |
GS건설은 최근 GS이니마 이외에도 자회사 GS엘리베이터도 매각을 추진하며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현금 보유량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과 비교해 순차입금은 반대로 커진 GS건설을 향해 유동성 위기에 놓인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GS건설이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보유한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은 2조3847억 원이다. 지난해 말보다 4532억 원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3조1730억 원으로 2조8827억 원에서 2903억 원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말 부채비율은 252%로 대형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고 이자비용은 지난해 연간 3천억 원까지 불었다.
조정현 연구원은 “성장성이 높은 GS이니마를 매각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면서도 “연간 최대 528억 원의 이자비용을 줄여 유동성 감소 우려를 해소하고 미래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선택”이라고 바라봤다.
GS건설은 4일 공시를 통해 “GS이니마는 투자자로부터 구매의향 접수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분 매각 여부 및 그 규모에 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