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소비자가 14일 상하이 화웨이 매장에 전시된 메이트XT 스마트폰을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행정 기관이나 국영기업이 정책 지침에 따라 사용하는 화웨이 노트북에 SK하이닉스 부품이 다수 탑재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화웨이는 올해 출시했던 고급 스마트폰에도 SK하이닉스 D램을 사용했는데 SK하이닉스 측은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수출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는 화웨이 ‘칭윈 L540’ 노트북을 분해한 뒤 SK하이닉스가 제조한 D램과 512㎇ 용량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시장 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가 노트북 분해 작업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SSD 제조 일자는 2020년 12월14일 전후이며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SSD가 조립된 시점이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 당국의 제재가 예정된 날짜 이후라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은 2019년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에 반도체 관련 부품이나 장비 수출 금지를 강화해 왔다.
자국은 물론 미국이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는 해외 기업까지 상정한 규제라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도 규제 영향권에 들었다.
그럼에도 화웨이가 SK하이닉스 부품이 들어간 노트북을 버젓이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SK하이닉스측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미국 수출 통제를 엄격히 준수하고 있으며 관련 정책이 발표된 이후 화웨이와 더 이상 거래하지 않고 있다”라고 입장을 냈다.
조사기관 테크서치인터내셔널 및 아이픽스잇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4월 출시한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퓨라70’에도 SK하이닉스의 D램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했던 ‘메이트60’에도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탑재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미국 제재에 대응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자체 조달할 방침을 두고 있다.
정부 기관에서 인텔이나 AMD와 같은 미국 기업 프로세서로 구동하는 노트북 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현재는 새로 조달하는 제품 가운데 75%가 중국산으로 구성됐다.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자동차용 반도체나 통신용 장비도 중국산 비율을 늘리자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다. 칭윈 L540 노트북에 들어간 소프트웨어도 모두 중국 제품이다.
미국 제재가 이어질수록 중국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첨단 기술 자급체제 구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다. SK하이닉스 제품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쓰이는 사례가 줄어들 여지가 다분한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하이테크 금수 조치로 오히려 중국 당국은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