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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서울 시내면세점을 차지하기 위한 '마지막' 경쟁에 나선 대기업 5곳 가운데 2곳은 쓴잔을 마셔야 한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데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대기업들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쟁양상이 복잡해졌다.
◆ 최순실 게이트, 특허권 향배에 변수되나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경쟁에 뛰어든 대기업 가운데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한 곳들이 특허심사에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대기업 5곳 가운데 현대백화점을 제외한 4곳은 모기업이나 계열사가 수억~수십억 원을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했다.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가 28억 원을, 롯데케미칼이 17억 원을 두 재단에 기부했다. 롯데그룹은 K스포츠에 70억 원을 추가출연했다가 돌려받기도 했다.
삼성그룹도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제일기획 등이 204억 원을 출연했고 SK그룹은 SK하이닉스, SK종합화학, SK텔레콤 등이 111억 원을 냈다. 신세계그룹도 신세계가 1억5천만 원, 이마트가 3억5천만 원을 기부했다.
물론 모두 스포츠인재 육성 등 재단설립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대가를 염두에 뒀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기업들이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이후 정부는 대기업 몫으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3장을 추가로 배정하기로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지난해 특허를 획득했던 면세점들 가운데 일부는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정부가 추가로 특허를 허용하기로 했다”며 “관광활성화를 위해 서울 시내면세점을 늘린다고 했지만 서울 시내면세점은 지금도 사실상 포화상태”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관세청의 평가항목에 기업의 도덕성과 관련된 항목은 없지만 최순실 게이트의 파장이 워낙 큰 만큼 심사과정에서 이를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고 바라본다.
관세청은 운영인의 경영능력(300점),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25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 요소(150점),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환원과 상생협력 노력정도(150점) 등 모두 1000점 만점으로 후보들의 점수를 매긴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12월 선정되는 시내면세점 심사과정에서 대기업 비리에 대한 분명한 심사기준이 마련돼야 뒷말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천홍욱 관세청장은 “이번에 기존 기준 그대로 진행돼야 하겠지만 지적내용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관세청의 심사에 영향을 끼친다면 미르나 K스포츠와 연결고리가 없는 현대백화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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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
◆ 강남지역이 독차지할까
이번 입찰에서 또 하나의 관심사는 관세청이 과연 서울 강남지역에 면세점을 몰아줄지다.
대기업 5곳 가운데 SK네트웍스를 제외한 4곳은 모두 후보지로 강남을 내세웠다. SK네트웍스는 서울 광진구 아차산 자락에 위치한 워커힐호텔을 부지로 택했다.
현재 영업하고 있는 서울 시내면세점 9곳 가운데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1곳을 제외한 나머지 면세점들은 모두 강북에 있다.
강남을 입지로 내세운 후보자들은 서울 강북과 강남의 관광산업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강남권에 입지를 정하는 것이 이번 특허권 획득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5곳 가운데 한두 곳 정도가 강남을 후보지로 내세웠더라면 강남이라는 입지조건이 평가에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컸다. 하지만 지금처럼 1곳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가 강남을 내세우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강남대전이 벌어지는 바람에 오히려 SK네트웍스의 입지조건이 부각되는 모양새”라며 “신규 면세점 티켓 3장 모두를 강남지역에 할당하기는 쉽지 않아 SK네트웍스가 티켓을 확보하는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은 특히 교통이 복잡하고 주차난이 심하기 때문에 면세점 3곳을 강남에 몰아주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SK네트웍스가 입지로 내세우고 있는 워커힐호텔의 경우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 만큼 어떤 식으로 관광객들을 끌어 모을지 대안을 제시하는 게 중요해졌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면세점을 세계적 관광명소로 만들어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SK네트웍스는 1200억 원을 투자해 ‘워커힐리조트스파’를 조성하는 방안을 포함해 5년 동안 SK워커힐면세점에 6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문종훈 SK네트웍스 대표는 “한국 랜드마크가 될 리조트스파가 생기고 이에 걸맞은 면세매장 운영이 더해지면 워커힐 고유의 차별적 가치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매출과 이익 또한 업계를 대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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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 기존업체 vs 신규업체, 누가 유리한가
이번 입찰에 뛰어는 대기업 5곳은 재탈환을 꿈꾸는 그룹(롯데면세점, SK네트웍스)과 사업장 확대에 나선 그룹(HDC신라면세점, 신세계DF), 신규진입을 노리는 곳(현대백화점)으로 구분된다.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면세점을, SK네트웍스는 워커힐면세점을 다시 운영하기 위해 특허경쟁에 뛰어들었다.
두 업체 모두 오랜기간 면세점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관리역량은 높게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은 37년 SK네트웍스는 24년 동안 면세점을 운영해온 경험이 있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은 오너리스크, SK네트웍스는 중소중견면세점인 동화면세점에도 미치지 못했던 매출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호텔롯데에서 면세점사업에 영향을 끼쳐온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면세점 입점이나 매장관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구속기소됐다.
HDC신라면세점은 용산에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신세계DF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면세점사업의 확대를 위해 이번 입찰에도 뛰어들었다.
HDC신라면세점의 경우 업계 2위인 신라면세점의 운영역량이 받침이 된다는 점을, 신세계DF는 유통대기업인 신세계그룹의 계열사로 그룹 유통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업체가 제시한 신규면세점 매장규모가 5개 업체 가운데 가장 좁다는 점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면세점은 신규 면세점의 매장규모로 1만8천㎡, SK네트웍스는 1만4300㎡, 현대백화점은 1민4천㎡를 제시했다. 신세계DF는 1만3500㎡, HDC신라면세점은 1만3천㎡ 규모에 그친다.
면세점은 고객을 모으기 위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다양한 브랜드를 입점해야 하기 때문에 매장이 넓을수록 유리하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입찰에 뛰어든 업체들 가운데 유일하게 면세점사업의 경험이 없다. 현대백화점은 이 대목이 오히려 심사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바라본다.
이동호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는 “이번 입찰이 새로운 사업자 진입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촉발시켜 면세점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기본 취지이기 때문에 유일한 신규 사업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일한 신규업체라는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면세점이 13곳으로 늘어나게 되면 지금보다 경쟁이 더 치열해 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경험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생존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