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운명이 자산매각 이후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4일 예정된 한진해운의 중간 실사보고서를 아시아와 미주노선 본입찰을 진행한 뒤 제출받기로 했다. 본입찰은 10일에 예정돼 있다.

법원 관계자는 “실사보고서에 자산가격이 기재돼 있어 입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실사보고서는 한진해운의 재산과 채무를 보고 계속 또는 청산가치를 평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이 실사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와 미주노선의 매각주간사도 맡았다.

매각이 흥행하지 않을 경우 한진해운에게 회생은 한층 더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삼일회계법인과 법원은 현재 매각에 집중하고 있다. 법정관리 이후 화주들이 이탈하면서 아시아와 미주노선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롱비치터미널 등 다른 알짜자산을 아시아와 미주노선과 함께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자산매각이 곧 청산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매각대상으로 꼽히는 자산들이 대부분 알짜자산이어서 매각 이후 한진해운에 남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온다. 미주노선만 해도 연간 매출 3조~4조 원을 냈다. 지난해 한진해운 매출이 7조7천억 원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 가치가 상당했다.

한진해운이 8월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빚어졌던 물류대란은 진정되고 있지만 한진해운의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빌린 배를 모두 반납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이 직접 소유한 배 가운데 대부분이 선박금융회사에 담보로 잡혀있다. 반납하거나 담보로 넘어갈 배를 제외하면 5척 정도만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하역작업이 마무리되가면서 운송차질로 피해를 입은 화주들의 손해배상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 선박이 물류대란 와중에 실었던 화물가액은 14조 원 정도였다. 이를 감안하면 손해배상청구 규모는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까지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진해운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자산매각뿐 아니라 정부지원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서 한진해운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힘들었다. 정부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전부터 추가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던 터라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꿔 자금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법원은 25일까지 최종 실사보고서를 제출받고 12월23일까지 한진해운이 작성한 회생계획안을 받는다. 법원은 실사보고서와 회생계획안을 종합해 한진해운의 회생 또는 청산을 결정한다.

하지만 실사보고서 결과가 회생 또는 청산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법원이 실사보고서를 보고 한진해운의 청산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면 미리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