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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VIEW] 주택 구매 목적의 가계대출 폭증이 불안하기만 한 날들

이태경 red1968@naver.com 2024-09-12 08: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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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VIEW] 주택 구매 목적의 가계대출 폭증이 불안하기만 한 날들
▲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거시 경제지표도 경기침체를 우려할만한 수치들이 나오는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 투자에 불안안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에 안내된 주택담보대출 상품.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경기가 침체상태로 진입한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하게 만드는 경제지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구매관리자 지수가 예상보다 부진한데다 건설투자도 전월 대비 감소했다. 고용지표도 꺾이는 모양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폭이 관건일 뿐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긴 지금 미국 걱정할 때가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는 민간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 등의 전 부면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엔진인 미국이 휘청거리고 국민경제는 극심한 고통에 신음 중인데 8월 가계대출 및 주담대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9월에도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등 ‘영끌’과 ‘빚투’가 기승이다. 거시경제지표와 반대로 가는 ‘영끌’과 ‘빚투’의 행진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경기침체의 지표들이 속속 등장 중인 미국

CNBC방송·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각)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를 기록해 5개월 연속 수축 국면에 머물렀다. 이는 전월(46.8)보다는 소폭 개선된 것이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47.9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제조업 PMI는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50보다 낮으면 위축을 의미한다. 

7월 건설투자가 전월 대비 0.3% 줄어들었다는 미 상무부 인구조사국의 발표도 있었다.

미국 경제의 엔진이라 할 고용이 둔화되는 기미도 뚜렷하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8월 비농업일자리는 전월 대비 14만2천 개 늘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6만1천 개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지난 12개월 동안 평균 증가폭 20만2천 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또한 6~7월 일자리 증가폭도 수정됐다. 6월 비농업일자리 증가폭은 17만9천 개에서 11만8천 개로, 7월은 11만천 개에서 8만9천 개로 하향 조정됐다. 두달 동안 수정된 감소폭은 약 8만6천 개에 달한다. 이쯤되면 미 노동부의 일자리 관련 통계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심되는 지경이다.

호황을 구가하며 글로벌 경제를 견인하던 미국이 경기침체 국면에 돌입했다고 의심할 만한 지표들이 연달아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한국경제

경기침체의 신호들이 떴다곤 하지만 미국은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양호하다. 한국경제를 들여다보면 한숨만 나온다.

5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4년 2/4분기 국민소득(잠정)’ 자료에 따르면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 하락했다. 분기 기준 성장률은 지난 2023년 1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1년 6개월 만에 하락세로 내려앉았다.

또한 올해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는 559조 5000억 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1.4% 감소했다. 실질 GNI가 감소한 것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이고, 감소 폭은 지난 2021년 3분기(-1.6%) 이후 가장 컸다.

민간소비는 말 그대로 최악이다. 올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며 9분기째 내리막이다. 국내외에서 유입되는 상품을 지표화한 국내 공급지수 역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4분기 째 후진 중이다. 

무역수지가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입액이 격감한데서 연유하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 크게 위로가 안 된다. 수출액은 여전히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을 넘어서지 못하는 형편이다.

국민경제가 어려울 때 믿을 건 정부 지출뿐이건만 윤석열 정부는 대규모 세수결손으로 인해 재정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 재정을 쓰기 어렵다.

4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적자성 채무는 883조 4000억 원으로 올해 전망치(802조 원)보다 81조 4000억 원(10.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충격적인 건 적자성 채무 규모가 2027년에는 1024조2천억 원으로 물경 1천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이다. 금융성 채무와 달리 적자성 채무가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정부가 재정을 대규모로 투입하기 어렵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 경제는 첩첩산중에 사면초가 상태라 할 것이다.

‘영끌’과 ‘빚투’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미국 경기가 침체국면에 본격 진입했다는 지표들이 속속 등장 중이고 한국경제는 어디서도 활로를 찾기 어려운 형편인데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각각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 원으로 7월 말(715조7383억 원)보다 9조6259억 원 불었다. 

5대 은행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16년 1월 이후 시계열 가운데 월 기준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도 568조6616억 원으로 7월 말(559조7501억 원)보다 8조9115억 원 늘었다. 역시 2016년 이후 최대 월간 증가 규모다. 신용대출도 한 달 만에 8494억 원(102조6068억 원→103조4562억 원) 늘었다. 

심지어 은행들이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적용하고 자체적인 대출 제한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국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 5일 만에 1조3천억 원 가까이 불어나는 등 ‘영끌’과 ‘빚투’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만약 현재와 같은 증가세가 이어지면 이달 말까지 월간 가계대출 증가액은 7조7천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놀라운 건 신용대출 증가세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6월(-2143억 원)과 7월(-1713억 원)엔 전월 대비 감소했는데 지난달 8495억 원 증가하더니 이달 들어선 5일 만에 무려 4759억 원 늘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수치다.

세계경제의 엔진인 미국의 경기가 식기 시작했고 국내 경제는 민간소비·투자·정부지출·순수출 등의 모든 부면에서 붕괴 중인데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불패를 믿고 '빚투'와 '영끌'에 나선 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거시경제 지표들을 완벽히 도외시한 채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도권 아파트 베팅에 나선 이들의 모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시간이 알려 줄 것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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