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09-11 14: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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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영건설이 경영 안정성까지 확보해 워크아웃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태영그룹의 자구안 이행에 속도가 붙으면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조기졸업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과 관련한 유동성 확보 계획이 차근차근 진행되면서 향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안정성 확보가 남은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태영건설은 뇌관으로 작용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와 동시에 안정적 일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11일 태영그룹에 따르면 12월 에코비트 및 여의도 사옥(태영빌딩) 매각과 관련한 절차를 마무리하고 매각대금을 받는다.
에코비트 주식 양도예정일은 12월 31일, 태영빌딩 처분예정일은 12월27일이다. 지난해 12월28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지 만 1년이 지난 때 2건의 대규모 자산매각을 마치는 것이다.
앞서 태영그룹 지주사 티와이홀딩스는 8월26일 종합환경업체 에코비트 보유지분 전부인 50%를 IMM컨소시엄(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에 양도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나머지 에코비트 지분 50%를 지닌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IMM컨소시엄에 에코비트 지분을 매각한다. 전체 매각규모는 2조700억 원으로 티와이홀딩스의 몫은 1조350억 원이다.
이어 태영건설은 3일 티와이제일호기업구조조정에 태영빌딩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처분금액은 2251억 원으로 태영건설은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이 건물을 계속 사옥으로 사용한다.
특히 에코비트 매각은 태영그룹이 내놓은 1조6천억 원 규모의 태영건설 워크아웃 자구안 가운데 핵심으로 ‘빅딜’로 시장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티와이홀딩스는 에코비트 지분매각으로 확보한 대금 1조350억을 활용해 KKR에 빌렸던 4천억 원의 사모채권 및 20개월분의 이자(약 850억 원)를 상환하고 태영건설을 지원한다.
이와 관련해 현재 400여 곳으로 구성된 태영건설 채권단 일각에서는 에코비트 매각을 통한 자구안 이행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당초 최대 3조 원까지 거론됐던 에코비트가 2조 원대에서 팔린 데다 KKR 사모채권 및 이자 상환과 세금, 매각방식에 따른 자금소요를 따져보면 실제 태영건설 지원을 위한 여력이 크지 않다는 추정이다.
우선 티와이홀딩스가 쥘 1조350억 원 가운데 KKR 사모채권 및 이자상환분을 제외한 금액은 5500억 원이다.
일부 채권단은 이 나머지 대금에서 기업 매각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최대 27.5%)와 ‘워터폴’ 방식의 매각에 따른 금액까지 고려하고 있다. 일부 채권단에서는 이번 매각이 워터폴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추정하고 있으여 이에 사실상 태영건설에 지원할 자금이 전무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워터폴은 재무적투자자들이 자금을 먼저 회수하는 매각 방식이다. KKR은 에코비트 지분 50%를 보유하게 되는 과정에서 1조3천억 원 이상을 투자했기 때문에 워터폴 방식에 따르면 KKR은 이번 에코비트 매각대금의 절반인 1조350억 원보다 2500억 원 이상을 더 가져가고 티와이홀딩스 몫이 줄어든다.
이와 관련해 티와이홀딩스는 KKR과 공동매각으로 진행하는 만큼 추가 협의가 필요해 정확한 확보금액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태영그룹이 핵심인 에코비트 매각과 이를 전후로 여러 자산매각을 성사 및 추진하면서 태영건설이 약정기간 3년의 워크아웃을 조기에 졸업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에코비트 매각을 계기로 채권단은 10월 한국거래소에 태영건설 주식거래 재개심사 요청을 거쳐 12월 주식거래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태영그룹은 레저 계열사 블루원의 디아너스CC를 3300억 원에 매각했고 용인CC와 상주CC를 담보로 2천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어 루나엑스CC와 광명 테이크호텔 등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무상감자, 출자전환, 영구채 전환 등에 힘입어 상반기 기준으로 자본잠식에서도 벗어났다.
태영건설은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자본총계 4250억 원을 기록하며 부채총계보다 자산총계를 더 높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태영건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5617억 원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이 완전한 경영 정상화에 이를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자구안 이행, 재무구조 개선에서 성과를 보이는 만큼 향후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오랜 기간 자재가격 폭등, 업황 부진에 신음하는 업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워크아웃을 계기로 건설사로서 기초 체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평가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의 발단이 된 PF 사업장 처리를 본격화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7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사업시행자 세운5구역피에프브이 보유지분 전부(16.2%)와 시공권을 GS건설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태영건설의 브릿지론 사업장 가운데 처음으로 정리에 들어간 곳이다.
태영건설은 60개에 이르는 PF 사업장별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별도기준 모든 PF 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4조4533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4조5565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세운5구역을 시작으로 정리 작업에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 태영건설이 가장 최근인 2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포천시 '하수관로 임대형 민간투자사업' 계획 평면도. < 태영건설 >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신청 이후에 꾸준히 일감을 확보하며 향후 실적개선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3월 한국도로공사와 ‘서산영덕고속도로 대산-당진 간 3공구 건설공사(1862억 원)’, 5월 춘천시와 ‘춘천 공공하수처리시설 이전·현대화 민간투자사업(2822억 원)’ 실시협약을 맺었다.
7월 한국환경공단에서 발주한 ‘광명시 자원회수시설 증설공사(1646억 원)’에서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된 뒤 8월에는 부산시의 ‘서부산의료원 신축공사(858억 원)’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혔다.
이어 2일 포천시의 ‘하수관로 임대형 민간투자사업(1025억 원)’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공공공사를 중심으로 곳간을 채울 준비를 마쳤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최근 토목·환경 분야 일감을 지속해서 수주하며 이 분야에서 지닌 수주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기초 체력을 다져 경영 정상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