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6일 폭염이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제 기후 관측기관에서 올해 여름 무더위가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지난해보다 심각했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고 있는 탓에 더위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학계에서는 기온상승이 지속되면 수십 년 내로 글로벌 식량 체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올해 추석을 앞둔 한국에서는 더위로 인한 물가 상승이 일어남에 따라 학계에서 우려한 ‘히트플레이션’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각) 유럽 기후관측 기관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는 올해 8월이 지난해와 함께 역대 가장 더웠던 달로 기록됐다고 발표했다.
올해 8월 글로벌 월간 평균기온은 16.82도를 기록했으며 이는 1991년~2020년까지 기록된 8월 평균기온보다 0.71도 높았다. 이는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하면 1.51도 이상 오른 기온으로 파리협정에서 정한 목표인 1.5도 선을 넘어섰다.
파리협정은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세계 각국이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글로벌 기온상승을 1.5도 아래로 억제하자고 약속한 것을 말한다.
C3S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관측된 평균기온은 1991년~2020년까지 기록된 같은 기간 평균기온보다 0.70도 이상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관측기록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남은 2023년 1월~8월까지 기온 기록을 0.23도 웃돌았다.
사실상 올해 여름에 기상 관측 역사상 최악의 더위가 발생한 셈이다.
사만사 버게스 C3S 부국장은 “2024년의 지난 3개월 동안 세계는 역사상 가장 더웠던 날이 관측됐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운 여름을 경험해야 했다”며 “올해 여름에 우리가 겪은 이상 고온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져 사람들과 지구에 더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C3S는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이 이어지는 한 기온상승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호주 멜버른 대학은 기온상승이 지속된다면 열 스트레스가 세계 식량 생산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등재했다.
연구진은 기온상승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2050년에는 글로벌 식량 생산량이 2020년과 비교해 최대 14%까지도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극심한 식량 부족을 겪는 인구는 같은 기간 동안 최대 13억6천만 명 증가할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극심한 폭염을 겪은 한국에서도 열 스트레스로 인한 식량 체계 교란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일간지 ‘라크루아’는 9일(현지시각) 한국이 추석을 앞두고 심각한 히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히트플레이션은 열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폭염으로 식량과 에너지 비용 등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전통시장 가판대 위에 사과와 배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
라크루아는 한국인들이 명절을 위해 사과, 배, 복숭아 등 과일을 구매하려고 하고 있으나 지난해보다 비싼 가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옥선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원은 라크루아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성 감소는 단순히 사과를 넘어 여러 작물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파, 폭염, 가뭄, 태풍, 서리 등 작황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현상들은 더 심각해질 수 있으며 이번 세기가 끝날 즈음에는 연간 폭염 일수도 현재와 비교해 9배에 달하는 70일까지도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기온상승이 지속된다면 2070년경에는 사과, 배, 복숭아 등 한국 대표 과일들의 산지가 강원도와 경기 북부 등 고산지대나 북부로 한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농촌진흥청에서는 2050년에는 국토 면적의 약 50%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관 농촌진흥청 연구원은 라트루아를 통해 “현재 한국 국토 면적의 약 6.5%가 아열대성 기후로 분류된다”며 “2050년에는 국토 절반 이상이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 열과 습도 변화에 따른 작물 관리 체계의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라크루아는 이 때문에 농촌진흥청이 농부들을 지원하기 위해 물 사용 효율 개선 교육 등 다양한 기후 적응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촌진흥청은 자체 운영하는 소식지 '그린 매거진'을 통해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고 지난 3월에 개최한 ‘기후변화 탄소중립 실천 주간’에는 농축산업 탄소 감축 기술, 노지 밭작물 스마트 관개, 가축 메탄 감축 및 탄소흡수 기술 등을 알리기도 했다.
박정관 연구원은 “우리는 현재 열에 저항력을 갖는 사과 종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농촌진흥청은 2020년부터 국내에 약 52종에 달하는 열대성 자생종들을 들여와 농부들이 향후 변화하는 기후에 맞춰 재배하기에 적합한 작물을 소개해주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