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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지난 3월 우리나라에 번역돼 출간된 전 뉴욕 타임스 기자였던 브래드 스톤의 책 ‘The everything store’의 국내판 제목이다.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을 책 제목처럼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아마존은 ‘만물상’의 이미지를 스스로 깨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아마존은 월트디즈니와 워너브라더스 등 주요 공급업체들의 제품 판매를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 공급업체와 기 싸움 벌이는 아마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이 미국 유명 영화제작사 월트디즈니사가 만든 일부 영화 DVD와 블루레이 디스크의 예약판매를 중단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번에 예약판매가 중단된 디즈니사의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 더 윈터 솔져’와 ‘말레피센트’ 등 대부분 최신작들이다. 현재 이 작품들은 디지털 버전으로만 구입할 수 있다.
아마존과 디즈니사는 예약판매 중단에 대한 입장표명을 거부했다. 다만 아마존은 판매가 재개될 경우 고객들에 알리겠다고 공지했다.
아마존이 거대 영화사 작품에 대한 예약판매를 중단한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아마존은 지난 5월 중순부터 6월까지 약 2~3주 동안 미국 영화사 워너브라더스의 최신 작품들에 대한 사전주문을 중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의 이번 조처는 아마존이 공급업체들과 판매 수수료를 두고 계약분쟁을 벌일 때 자주 사용했던 전략”이라며 “지난번 아셰트북그룹(Hachette Book Group)과 전자책 가격을 두고 갈등을 빚었을 때도 같은 전략을 썼다”고 설명했다.
아마존과 프랑스 거대 출판사인 아셰트북그룹은 반 년 넘게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아마존은 전자책의 경우 종이책에 비해 인쇄나 저장, 배송 등의 비용이 들지 않으므로 출판사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아셰트는 아마존이 제시한 계약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5월 아셰트가 출판할 예정인 주요 신간에 대한 사전주문을 중단했다. 또 배송기간을 고의로 최대 한 달가량 지연하는 한편 할인율을 축소하기도 했다. 지난달 아셰트와 계약한 작가들에게 전자책 판매 수익금 전액을 넘기겠다며 아셰트를 압박했다.
아마존은 독일에서도 현지 출판업체들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독일출판판매인협회는 “아마존이 독일 출판사 보니어의 책 배송 기간을 고의적으로 지연하고 있다”며 “이는 보니어가 아마존의 전자책 가격 인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일종의 보복조치”라고 주장했다.
◆ 아마존, 공급업체에 실적 부담 떠넘기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마존이 잇달아 공급업체들에 더 높은 수익 배분을 요구하는 까닭이 최근 부진한 실적과 연관 있다고 10일 설명했다.
아마존은 올해 2분기(4~6월) 매출이 직전분기보다 23% 늘어난 193억4천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93억 달러를 예상한 시장 전망치와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영업비용 지출만 193억6천만 달러에 이르러 약 15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 순손실 규모도 지난해 2분기 700만 달러에서 1억2600만 달러로 늘어났고 주당 순손실 규모도 2센트에서 27센트로 확대됐다.
문제는 3분기 실적전망도 어둡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올해 3분기에도 약 4억1천만~8억1천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아마존이 무리하게 신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지적한다.
아마존은 지난 4월 식료품 배달 서비스 전용 기기인 ‘대시(Dash)’와 첫 TV 셋톱박스 ‘파이어TV’를 출시한데 이어 6월에 ‘파이어폰’이라는 첫 스마트폰을 발표했다. 지난달에 전자책 무제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마존은 장기적 관점에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가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고 당장 주주들에게 손해가 발생하고 있어 상당 수 투자자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들어서만 아마존 주가가 20% 이상 떨어졌다”며 “투자자들은 더 이상 아마존의 수익성 악화를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아마존이 투자를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공급업체들에 더 많은 ‘자기 몫’을 요구하는 것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