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지율은 그동안 20%대를 오가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30~40%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한동훈 대표가 채상병 특검법, 의료개혁 등 각종 민감한 이슈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중도층 지지를 확보한 덕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한 대표가 이 같은 '이견'을 정부의 정책 변화로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실망감이 커지면서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에 수렴해 가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결과를 보면 한동훈 대표가 당 4차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 눈높이’와 ‘차별화’를 강조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7월 3주차(7월22일 발표) 42.1%를 보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8월 5주차(9월30일 발표) 32.8%까지 내려왔다. 같은 여론조사 기관에서 나온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29.6%)에 한층 가까워졌다.
이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7월3주차부터 8월5주차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천 명 이상을 상대로 조사한 것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 대표가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세를 타개해보려고 해도 정부는 물론 친윤석열계(친윤) 의원이 중심이 된 당 원내지도부 반대에 부딪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출신으로 대표적 친윤 인사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9월5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 대다수는 의료개혁과 의대증원에 찬성하고 있다“며 ”어려운 개혁과제라 진통을 겪고 있지만 의료개혁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말해 정부정책 지지의사를 밝혔다.
원내지도부 협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8월25일 당정회의에서 대통령실에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 인사들로부터 '여당 대표의 정부 흔들기'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8월30일 당 연찬회 동료의원특강에서 한 대표의 독자행보를 겨냥해 "당정이 일치되지 않고 분열되면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없다“며 ”말 한마디로 툭툭 던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대통령과 차별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표는 8월30일 당 연찬회 폐회식에서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 특히 민심이 다른 내용이 많을 경우에는 그걸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집권 여당 대표의 임무"라며 "그러라고 63%가 저를 지지해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뒤 9월5일에는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을 만나 2026년 의대 증원 유예를 재차 건의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에서도 기존보다 완화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추 원내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당과 정부는 지금이라도 2026학년도 의대생 증원을 포함해 의료 개혁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열린 마음으로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하더라도 한 대표가 여당 대표로서 차기 대권주자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성과를 낼 필요성이 크다는 시각이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동훈 대표가 넘어야 될 허들은 자기 자신"이라며 "본인이 스스로 자꾸 리더십의 부족함을 드러내면 이런 점들이 축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출범 45일이 지난 한동훈 지도부 성과를 놓고 "보통 90일 룰이란게 있다. 90일 동안 지켜봐서 어떤 일을 해낸다면 그건 그 사람이 재임 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고 90일 내에 못하면 임기가 끝날 때까지 못한다”며 “한 대표도 이제 90일 중 절반이 지났는데 나머지 절반의 기간 동안 정말 필요한 개혁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