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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리포트 9월] 자국 산업 보호, 이렇게 못하는 나라 또 있을까

김승용 기자 srkim@businesspost.co.kr 2024-09-0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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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리포트 9월] 자국 산업 보호, 이렇게 못하는 나라 또 있을까
▲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로봇 등 첨단제품을 비롯해 조선, 철강, 석유화학, 전력기기 등 중공업 분야 제품까지 국내를 비롯해 세계 시장에 저가 중국산 제품이 쏟아져나오며 제조업이 위기에 처하는 '2차 차이나쇼크'가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CATL의 중국 배터리 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 CATL >
[비즈니스포스트] '2차 차이나 쇼크’로 국내 제조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중국의 개방 정책 시행,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으로 중국이 세계 경공업 공장 기지가 되면서 값싼 공산품이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중국의 값싼 제품에 밀린 세계 각국의 경공업 기반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현상이 1차 차이나쇼크다.

우리나라는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며 성장했고, 약 20년 간 최대 수출국은 단연 중국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중국 수출 효과는 2년 전인 2022년 사라졌다. 중국이 더 이상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이 아닌 상황으로 바뀌었고, 대중 무역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시장 개방과 외국자본 투자 유치 확대, 첨단 기술 산업 육성 등으로 20년 이상 내공을 쌓은 중국은 이제 값싼 소비재나 만드는 경공업 중심의 국가가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로봇, 우주항공 등 첨단 산업을 비롯해 조선, 철강, 석유화학, 전력기기 등 중공업까지 각종 제조업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5% 이하로 내려오며 내수 시장이 포화하기 시작했고, 중국의 첨단산업과 중공업 제품은 해외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이것이 2차 차이나 쇼크이며, 쇼크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에 불과하다. 

최근 국내 현대제철은 정부에 중국 저가 후판 수입을 막아달라며, 반덤핑 제소를 냈다. 후판뿐 아니라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국내로 물밀 듯이 밀려와 국내 철강 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철강뿐만이 아니다. 이미 중국산 저가 태양광 패널이 십 여 년 전부터 국내 시장을 장악해 상당수 태양광 패널 기업들은 사업을 포기했다. 

국내 전기버스 2대 중 1대는 중국산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도 중국산이 국내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LCD는 더 이상 한국산 제품이 없다. 전부 중국산이다. 중국 LCD가 없으면 이제 우리나라는 TV조차 만들지 못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LCD TV를 만드는 국내 전자 제조기업들은 최근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LCD 패널 가격을 올려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LCD에 이어 단연 세계 최고였던 한국 OLED도 중국에 빠르게 추격을 당하고 있다.

지난 4일 중국 정부는 중국 조선업계 1·2위인 중국선박집단유한공사와 중국선박중공업집단을 합병키로 했다. 상선 위주로 생산하는 중국선박집단유한공사는 세계 조선 시장에서 1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시가총액은 1561억 위안(29조4천억 원)에 달한다. 또 중국형 항공모함 등 군함 위주로 생산하는 중국선박중공업집단의 시가총액은 1136억 위안(약 21조4천억 원)이다. 두 기업의 합병으로 시가총액 3천억 위안(56조5천억 원)에 달하고, 영업이익이 연간 1천억 위안(18조8천억 원)에 세계 조선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는 세계 최대 조선사가 탄생하게 됐다. 

중국 정부가 두 거대 조선 기업을 합쳐 덩치를 키우는 것은 단연코 세계 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세계 조선 시장의 60% 이상이 이미 중국 차지다. 

중국이 빠르게 설비를 늘린 석유화학 공장들은 에틸렌 등 기초 석유화학 제품을 역시 해외로 쏟아내고 있다. 값싼 중국산 석화 제품에 국내 석화 산업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달해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규제에 선제 대응해 대량의 제조 장비를 사들이며,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 머지않아 전 세계에 차이나 반도체로 인한 공급 과잉이 벌어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구매한 반도체 장비 금액만 247억3천만 달러(약 33조 원)에 이른다.
 
[데스크 리포트 9월] 자국 산업 보호, 이렇게 못하는 나라 또 있을까
▲ 중국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규제에 앞서 대규모 반도체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중국 SMIC의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연합뉴스>
그야말로 2차 차이나 쇼크로 우리나라 첨단 산업과 중공업 등 제조업은 붕괴 직전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남미, 동남아 등 세계 각국이 넘쳐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항하기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중국산이 내수 시장을 장악해도 그냥 손을 놓고 강 건너 불구경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세계가 이미 10년 전부터 ‘보호무역주의’, 즉 자국 산업 보호를 최대 무역 정책으로 삼고 있다는 걸 모를 리 없다. 

가격을 무기로 앞세운 중국 제품으로부터 우리 산업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의 미래는 암흑기로 빠져들 것이다.   
독일 연구기관인 메릭스는 ‘메이드 인 차이나 2025’라는 보고서에서 제조업 의존도가 높고 첨단산업 비중이 높은 한국과 독일 등이 차이나 쇼크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국가적 산업 대위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어떤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가. 그저 중국 눈치만 볼 상황이 아니다. 미국이나 EU처럼 적극적으로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받아 값싼 제품을 수출하는 중국을 대상으로 WTO 제소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에 어떤 해외 기업이 투자할 것인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에서 어떤 자국 기업이 계속 사업을 영위하며 투자하고 고용을 창출할 것인가. 

이렇게 가면 국내 제조 기업들은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 지금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다시 국내로 돌아오게 하는 유턴 지원책에 골몰할 때가 아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지 못하는데, 어찌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가. 김승용 산업&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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