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반도체 전문기업 AMD가 체질개선작업과 사업다각화에 성과를 내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가도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리사 수 CEO는 PC용 반도체사업 실패로 고전하던 AMD를 2년만에 성장성이 가장 주목받는 반도체기업으로 키워냈다.
◆ 전략변화로 성장전망 밝아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일 “리사 수가 거듭된 전략실패로 전망이 불투명하던 AMD를 완전히 바꿔냈다”며 “공격적인 전략과 리더십으로 CEO 취임 2년만에 이뤄낸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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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사 수 AMD CEO. |
AMD는 3분기 매출 13억 달러, 영업손실 3억 달러를 냈다. 영업손실이 여덟분기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매출이 지난해 3분기보다 23% 늘며 큰 폭으로 성장했다.
AMD의 계속되는 실적부진은 주력사업이던 PC용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가 시장에서 영향력이 점점 축소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내년부터 AMD가 확실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낸 만큼 최근 실적부진이 체질개선에 따른 성장통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미국 나스닥에서 AMD의 주가는 올해 초 2.8달러로 시작해 1일 종가 기준 7.1달러로 154% 급등했다.
포브스는 “AMD가 성장전략을 단계적으로 밟아나가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향후 사업계획과 연구개발 투자의 방향도 시장변화에 맞춰 전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AMD는 PC와 게임기 등에 사용되는 그래픽반도체 설계기업으로 엔비디아와 맞경쟁을 벌이고 있다. PC용 프로세서에서 인텔과도 경쟁하고 있다.
그래픽반도체시장에서 엔비디아가 80% 정도의 점유율을, 인텔이 PC 프로세서시장에서 87%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한 만큼 AMD가 입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AMD는 이런 상황에 대응해 게임업체와 노트북 제조사 등에 협력을 강화하며 B2B(기업간거래) 사업확대에 집중했다. 이런 성과로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갖춰 매출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등 콘솔게임기, 애플 ‘맥북프로’와 HP의 엘리트북 등 고성능 노트북에 모두 AMD의 그래픽카드가 탑재된다.
AMD는 인텔이 현재 98%의 점유율로 독주하고 있는 서버용 반도체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가상현실 시장성장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런 전략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얼리스트는 “사업영역을 넓히고 B2B에 역량을 집중한 AMD의 성장전략이 내년부터 실적개선으로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고수익성 반도체의 판매비중이 늘며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여성CEO '리사 수' 리더십
리사 수는 대만 출신의 여성 CEO로 글로벌 전자업계에서 찾아보기 드문 소수자로 꼽힌다. 미국 IT기업에서 아시아계 인물이나 여성이 최고경영자에 오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리사 수는 반도체기업에서 찾기 어려운 여성 고위경영자로 눈길을 끌고 있다”며 “업계에서 이미 기술전문성과 사업추진력을 모두 인정받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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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D가 출시를 앞둔 고성능반도체 '젠'. |
취임 당시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서 유일한 여성CEO였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세인트메리대학교 경영대 학과장은 “여러 소수자 여성의 롤모델이 되었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그는 메사추세츠 공대(MIT)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4년부터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츠의 반도체사업부와 IBM, 인포테인먼트 전문업체 프리스케일 등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 뒤 2012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AMD에 합류했는데 2년만인 2014년부터 CEO에 올랐다.
포브스는 리사 수가 취임 직후부터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주도하며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연구개발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등 과감하고 결단력있는 리더십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인텔과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던 AMD의 PC용 프로세서사업을 대폭 축소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래픽반도체사업도 엔비디아와 맞경쟁을 노리기보다 차세대 기술에 집중하는 선제적 연구개발 투자로 대응했다.
리사 수가 취임 직후부터 개발을 추진한 AMD의 고성능반도체 ‘젠’ 시리즈는 내년부터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한다. 인텔의 고성능반도체보다 성능에서 앞설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고성능반도체가 필요한 사업분야는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시장의 성장에 맞춰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AMD는 이런 변화에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기반을 다진 셈이다.
포브스는 “2017년은 리사 수의 능력을 마침내 증명하고 AMD가 본격적인 급성장을 시작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이런 전략이 성공하면 60조 원 규모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