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4-09-02 15:05:06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홈플러스가 매장 폐점과 매각을 이어가는 탓에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노동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나 감원은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높은 업무강도로 자진 퇴사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홈플러스 운영사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날을 세우고 있다.
▲ 일부 홈플러스 노동자들 사이에서 홈플런 등 각종 할인행사로 인해 근무강도가 높아졌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홈플러스>
2일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지속적으로 매장이 폐점하거나 매각되면서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은 계속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홈플러스는 올해만 점포 4곳 이상이 폐점 및 매각됐으며 최근 전주효자점의 매각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홈플러스 매장 수는 2015년 기준 141곳에서 현재 129곳까지 줄었다.
홈플러스는 일부 점포를 폐점하면 해당 점포의 직원들을 근처의 가까운 지점으로 발령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동자들은 원래 지점에서 일하다가 다른 지점으로 이동했을 때 원래 맡던 업무와 다른 '기피 업무'를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존 대형마트에서 기업형수퍼마켓(SSM)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로 발령이 나면 노동 조건이 크게 악화된다고 노동자들은 얘기한다.
한 홈플러스 노동자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로 지원 근무를 나갔을 당시 계산과 진열, 온라인 주문, 폐기 처리 등을 혼자서 모두 처리해야 했으며 마감시간이 훨씬 지나서 퇴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근무하던 지점이 폐점될 경우 면담을 거쳐 원하는 지점을 상의하고 해당 점포로 발령이 나게 된다”며 “새로운 점포로 발령시 충분히 근무자의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뿐만 아니라 대형마트도 통합 업무 체계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업무를 함께 맡고 있어 업무강도가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빈번한 할인행사가 직원들의 노동 강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져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동료 직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도 노동자들은 주장한다.
홈플러스는 올해 대표 할인행사인 ‘홈플런’과 ‘멤버특가위크’ 등 다수의 할인행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봄에는 ‘긴급 물가안정 프로젝트’, ‘홈플런’, ‘멤버특가위크’ 등의 할인행사를 진행한데 이어 여름 ‘썸머 홈플런’, ‘앵콜 홈플런’ 등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할인행사가 늘어나게 되면 행사준비에 따른 물량확보, 진열확대, 고객응대 등 업무가 증가할 수 있다. 일부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이 탓에 노동 강도가 함께 높아지며 많은 동료직원들이 높은 피로도를 호소하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모든 대형마트가 1년 내내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홈플러스도 마찬가지”라며 “이전과 비교해 할인행사 진행 횟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할인행사로 고객들의 방문률이 높아지게되면 피로도를 호소하는 근무자들도 있겠으나 회사의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뻐하는 근무자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 일부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폐점 및 매각으로 근무조건이 악회됐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8월22일 열린 홈플러스 총궐기대회에서 노조원들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홈플러스 각 점포 관리자들이 할인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는 매출 성장을 통한 폐점을 막기 위한 노력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일부 노동자들은 회사의 노력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각 점포의 매출 성장이 회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7월25일부터 진행한 ‘썸머 홈플런’에서 주요 5개 점포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 성장률은 매출 신장률에 비해 다소 낮은 수준을 기록한 추정된다. 1+1 등의 행사 품목을 대폭 늘린데다 할인율도 높아 매출에 비해 수익성 부문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매출이 늘어나더라도 결국 홈플러스의 주인인 MBK파트너스가 점포 매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오히려 더 높은 가격에 점포 매각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강제적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을 시행한 적이 절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퇴사는 이직에 따른 자발적 퇴사나 정년퇴직에 따른 것이며 업무 환경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공시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 직원수는 2015년 약 2만5천 명에서 2023년 약 2만 명으로 8년 만에 약 5천 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외주 및 협력 지원 등 간접고용 직원도 같은 기간 약 5천 명 감소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점포 오픈 창립 구성원들 가운데 60세까지 정년을 채우고 나가는 인원과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근무자도 적지 않다”며 “정년 퇴직자들이 꾸준히 발생한 것과 이직 인원이 늘어나며 직원수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인수자금 7조2천억 원 가운데 5조 원을 차입하는 차입매수(LBO)를 통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홈플러스 21개 점포를 매각 및 계약종료를 통해 폐점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부산 서면점과 서울 목동점 등이 폐점했고 서대전점 및 안양점이 문을 닫았다. 내년에는 안산 선부점, 2026년 상반기에는 동청주점도 문을 닫는다. 이 외에 광주계림점, 내당점, 동대문점 등 11곳의 추가 폐점도 예정된 상태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