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바람을 타고 개별 증권사들이 미래 잠재고객인 어린이 금융투자 교육에 힘을 싣고 있다.
밸류업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장기적으로 끌고 갈 정책으로 여겨진다. 밸류업이 투자 문화 활성화를 궁극적 목표로 하는 만큼 증권사들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리테일(개인금융) 저변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9일 키움증권 본사에서 펭수와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키움증권> |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금투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최강자 키움증권은 현재 인기 캐릭터 ‘펭수’와 어린이용 금융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펭수는 9월 직접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를 찾아가 엄주성 대표이사를 만나기도 했다. 펭수는 “어린이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금융 교육이 부족하다”며 “키움증권이 나서서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에 엄 대표는 “펭수가 요청한 금융 교육은 평소 키움증권이 추구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과 일맥상통한다"며 "앞으로 펭수와 키움증권이 함께 손잡고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키움증권은 이미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거래를 위해 가장 많이 찾는 증권사다.
그럼에도 어린이들의 인기스타 펭수와 손잡은 것은 향후 미래세대를 두고 증권사들의 리테일 고객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KB증권도 고액자산가 고객들의 초등학생 자녀를 대상으로 ‘키즈 금융썸머 아카데미’를 실시했다.
키즈 금융썸머 아카데미는 학생들을 위한 금융, 경제활동 체험 프로그램과 저축·투자 등 맞춤교육으로 구성됐다. 'KB 골드&와이즈더퍼스트반포' 지점에서 이달 6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특히 2일차에는 ‘1만 원으로 애플 주주되기’라는 주제를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애플의 아이폰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주식투자 측면에서 흥미를 유발하기 쉽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은 3월 자녀 용돈관리 서비스앱 ‘퍼핀’의 운영사인 레몬트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퍼핀은 초등학생들을 위한 용돈카드 앱인데 신한투자증권은 퍼핀 앱 안에서 금투 교육 콘텐츠와 주식투자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금투교육은 통상적으로 자산증식이라는 공익적 목적 아래 금융투자협회 산하기관인 투자자교육협의회가 실시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개별 증권사들이 미래 리테일 고객 확보를 목적으로 더욱 활발히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다음달 또다시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업계의 어린이 금투교육도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밸류업의 성공 사례로 평가되는 일본에서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금투교육이 큰 자산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에서는 2010년대 들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금투교육이 활발히 진행됐는데 금융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들 세대가 성인이 되면서 증시에 개인투자자 비중이 늘었고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불러온 것으로 풀이된다.
▲ 밸류업 정책은 금융당국의 중장기 과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8월22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앞줄 가운데)이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10대 그룹 간담회'에서 임원들과 기념촬영을 찍고 있는 모습. <한국거래소> |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외에도 개인투자자들의 증시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것을 주요 목표로 두고 있다.
특히 밸류업은 여야가 모두 동의하고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향후 미래세대의 주식시장 참여율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증시를 튼튼히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달 들어 외국인투자자는 국내증시에서 2조701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투자자도 7347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같은기간 3조3809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 확대는 증권사 수익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국내 증권사들의 코스피시장 수수료 수익은 1조61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국내 증권사들은 호실적을 기록했는데 그 배경에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위탁매매가 자리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어렸을 적 본 개별 증권사의 브랜드 문양 등에 더 친근하게 느낄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미래 고객인 어린이를 향한 금투 교육은 더욱 활발히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