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4-08-26 17:39:08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수십년 동안 의사결정을 못하고 있는 정치권, 그리고 현상을 부풀려서 보도하는 언론 행태가 국민의 불안감만 키우고 있습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의 구조적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젊은이들은 지금이라도 연금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연금 폭파론'을 지지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국민의힘 청년리더 질문에 "연금제도는 꼭 필요한 제도이며 연금개혁은 불가능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국회 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연금개혁'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토론회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싱크탱크 연대 진실과 정론이 공동주최했다. 정치와 행정, 경제학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현재 논의되는 국민연금 개혁안들을 소개하고 실현가능성을 짚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 좌장을 맡은 윤희숙 전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정부여당이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하겠다고 주장하면서 연금개혁 합의에 실패했다"며 "만약 올해 연금개혁을 하지 못한다면 2026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21대에서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이번 22대국회에서 연금개혁을 반드시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1대국회에서 연금의 수명을 늘리는 내용을 담은 야당 개혁안을 정부가 받지 않으면서 공이 정부에 넘어왔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연금 구조개혁을 위한 정부안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안의 내용은 △청년 부담을 줄이는 연령별 차등적용 △기금 건정성을 지키는 자동안정화장치 △미래 세대를 생산한 부부에 대한 출산기여도 등의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토론회 자리에서도 국가재정지원을 통해 나온 적립금을 통해 연금을 지속가능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연금 수급계층을 세분화하고 가림막을 쳐 특정세대 부담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각계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재확인됐다.
▲ 26일 토론회를 주최한 박수영(앞줄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과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연금개혁의 논의에 앞서 국민의 불안감부터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토론에 나선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은 "현재 청년세대는 지속불가능한 연금을 내가 짊어지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며 "내 소득을 노인세대를 위해 다 바치고 정작 나는 한푼도 받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한국리서치가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에게 물어본 결과 18~39세 가운데 79%는 '국민연금이 젊은 층에게 불리한 제도'라고 응답했다. 68%는 '미래에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으며 52%는 지금이라도 낸 돈을 돌려받고 국민연금을 탈퇴하고 싶다고 답했다.
연금제도는 애초에 사회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활기찬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연금개혁 논의가 지속되면서 젊은세대에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하 전 국민연금연구원 원장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가운데 추진되는 연금개혁이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용하 전 원장은 "이미 국민의 40%가 연금 납부를 회피하고 있는데 어떤 식으로든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하면 연금 회피 유인만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으로는 연금제도의 투명한 운용이 거론됐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역대 정부가 미적립부채 규모를 감춰 국민의 불안감을 키워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적립부채란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한 연금 급여에서 부족한 액수를 말한다.
지난해 10월 열린 안철수 의원 주최로 연금개혁 토론회에서 전영준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3년 기준 국민연금의 미적립부채가 1825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치를 내놓기도 했다.
양 교수는 투명한 연금운용의 사례로 싱가포르를 들었다. 싱가포르는 연금소유권을 개인에게 두고 있으며 내가 받을 돈의 액수를 계좌를 통해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양 교수는 "이런 작은 장치들이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며 "투명한 정보공개가 개혁논의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