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08-22 16: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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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저가형 배터리 위주로 조달 전략을 선회함에 따라 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LFP배터리 분야에서는 후발주자로 분류되는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최근 전기차 수요 침체에 따라 중저가 모델에 힘을 싣기로 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LFP배터리 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수요 침체에 맞서 저가 LFP배터리 채택한 보급형 전기차 생산을 확대함에 따라 LFP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2일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LFP배터리 공장 건립을 위해 중국 CATL과 협력하고 있다.
통상 배터리 가격은 전기차 제조 원가의 30~40% 수준이다. 최근 완성체 업체들은 판매 증대를 위해 저렴한 전기차 생산으로 전략을 선회하며, 원가가 낮은 LFP배터리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세계 전기차 시장 둔화는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비싼 가격’이다.
포드는 21일(현지시각) 비용 절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금공제 자격 획득, 새로운 전기차 애플리케이션 등을 위해 배터리 조달계획을 재조정한다고 밝혔다.
재조정안에 따르면 포드는 저가 LFP배터리를 기존 계획대로 2026년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포드는 현재 중국 CATL로부터 LFP배터리 기술 라이선스를 받아 미국 미시간주 마샬에 연 생산능력 20GWGh 규모의 LFP배터리 공장을 건립 중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가격 부담이 적은 전기차는 가격 부담이 낮은 배터리에서 시작한다”며 "배터리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없다면 전기차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GM 역시 비용을 낮추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고 있다. 그 일환으로 북미 현지에 LFP배터리 공장을 건립키로 하고, CATL로부터 기술 라이선스를 받아 생산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11월 CATL과 LFP배터리 사업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유럽에 LFP배터리 공장 설립을 계획 중이다.
완성차 기업들이 저가 전기차를 위해 LFP배터리 채택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데, 현재 대부분 채택되는 LFP배터리는 CATL, BYD 등 중국 기업들 제품이다.
앞서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배터리 합작공장 얼티엄셀즈가 지난달 말 북미지역 제3공장 건립을 일시 중단한 것도 GM이 LFP배터리 채택을 늘리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아직 LFP배터리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프랑스 르노에 내년 말부터 LFP배터리를 공급키로 한 것이 현재로선 가장 빠른 생산이 될 전망이다.
▲ 내년 말부터 LFP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인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 전경. < LG에너지솔루션 >
SK온은 2026년부터 LFP배터리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SDI 역시 2026년부터 LFP배터리 양산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전기차용보다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배터리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완성차 기업들과 현지에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리튬이온 배터리 합작 생산법인을 설립해 북미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미 완성차 기업들이 LFP배터리로 배터리 조달전략을 선회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해외 LFP배터리 생산설비를 갖추기까진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그동안 중국 LFP배터리 기업들의 시장 장악을 막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중저가 전기차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자동차 제조사들로선 LFP배터리 채택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