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10월 금리 인하가 확실하다고 보는 건 보는 사람들의 해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13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0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보내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풀이되지만 이날 회의와 기자간담회 곳곳에선 기준금리 인하가 머지않았다는 신호가 감지됐다.
그동안 통화정책결정문에서 통화긴축 정책을 설명하면서 등장했던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한다”는 문구에서 ‘충분히’를 삭제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점차 수렴해 갈 것이다”는 문구도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을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좀 더 커졌다”는 표현으로 바뀌면서 통화긴축을 통한 물가 안정이 성과를 내며 금리 인하 시점이 무르익고 있다는 것을 나타냈다.
특히 3개월 안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금융통화위원의 수가 전체 위원의 절반 이상이 된 점도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7월 금융통화위원회 때만 하더라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했던 금통위원은 1명에 불과했으나 이날 회의에서는 4명까지 늘어났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의 정책도 시행되는 만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면서 금리 결정을 하자는 의견이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도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금리 동결 행진을 멈추고 인하를 시작할 시기를 다가왔다는 점을 인정하는 발언을 내놨다.
이 총재는 “앞으로 몇 달간은 물가 목표치에 수렴하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물가만 봤을 때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증권가에서 이 총재가 10월부터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이벤트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한국은행은 10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도 “이 총재가 이번 회의 결정보다도 ‘포워드 가이던스(통화정책방향 예고)’를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만큼 다음 회의인 10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10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금리 인하의 속도는 상당히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총재를 포함한 금융통화위원들이 금리 인하로 과도한 유동성이 시장에 공급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대출이 확대하는 상황에 대해 경계감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에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보다는 금융 안정을 강조하면서 내수보다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통화정책의 무게가 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이 총재는 “내수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회복이 더딘 게 사실이다”면서도 “그럼에도 금융안정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속도도 국내 금리 인하 폭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꼽힌다.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고용부진에 경기침체 위기감에 커지면서 한 때 연준이 9월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으나 최근 고용시장이 탄탄하다는 새로운 수치가 발표되면서 금리 인하 예상 폭이 낮아지고 있다.
국내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주는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된다면 이 총재도 금리 인하를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 총재는 “한국 시장이 과거보다 미국 금리를 더 잘 따라간다고 하는데 금리뿐 아니라 주식도 같이 동조화하고 있고, 이런 것들이 일종의 시장이 선진화하고 있는 거라고 본다”며 “다만 미국과 금리 동조화가 강한 방향으로 간다하더라도 우리의 금리 인하 폭과 속도는 미국보다 적을 것이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