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당선에 따른 대중국 무역정책 변화를 우려한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모두 선제대응에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당선되면 중국산 수입품에 대규모 관세 인상을 추진하며 무역 장벽을 대폭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비해 미국 기업들은 중국산 제품 수입을 대거 늘리며 재고 축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제조기업들은 미국이나 동남아 등 지역으로 해외 생산 거점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19일 “미국 주요 항구의 수입 물량이 2021년 기록했던 역대 최대치 수준에 가까워졌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역 전쟁’을 주도할 가능성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컨테이너 수입량의 약 3분의1을 담당하는 로스앤젤레스 및 롱비치 항구는 7월에 사상 3번째로 많은 물량을 들여온 것으로 집계됐다.
포천은 연말 성수기를 노린 미국 유통업자들의 재고 축적 수요가 수입량 증가에 기여했지만 이를 고려해도 상당한 수준의 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전미 소매업협회 예측에 따르면 올해 전체 컨테이너 수입량은 2490만 대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약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천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을 우려한 기업들이 중국산 물품 수입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물량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 중국산 수입품 다수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유력한 만큼 이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대량의 물건을 들여오는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 성장세와 소비심리가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유통업체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과잉 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마트와 홈디포, 월풀 등 주요 유통업체는 소비자들이 고가 물품 구매를 줄이는 추세가 뚜렷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반면 해운업계는 물량 증가에 따른 수혜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포천은 “미국의 수입 물량 증가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예측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이는 미국의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중국 제조사들의 전략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제조기업들 역시 미국의 수입관세 인상에 큰 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중국 상장기업들의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추세가 분명해졌다. 이는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현수막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CNBC는 미국에 위치한 중국 상공회의소의 조사 자료를 인용해 약 30%의 중국 기업들이 올해 미국에 투자 금액을 늘릴 계획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 중국산 수입품 유입이 늘어나는 데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제조사들이 미국에서 공장을 설립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데는 긍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7월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중국 기업들을 언급하며 “그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에 상당한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 제조사들은 미국 현지에 설비 투자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또 미국뿐 아니라 관세 인상의 영향에 비교적 자유로울 것으로 예상되는 동남아 지역에서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는 흐름도 나타난다.
다수의 유럽 및 동남아 국가에 전기차 공장을 신설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 BYD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CNBC는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조사 결과 약 80%의 중국 기업이 해외 투자를 유지하거나 늘리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어떤 후보가 당선될 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다만 현 바이든 정부도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등에 최근 고율 수입관세 인상을 결정한 점을 고려한다면 누가 대통령에 오르더라도 중국을 향한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일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의 여러 정책이 바이든 정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더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계속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미 여러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