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협회 2인자인 전무 자리가 ‘관피아’로 채워지고 있다.
금융협회장에 민간 출신들이 선임되면서 관료 출신으로 보완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금융협회에 관피아의 뿌리가 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주요 금융협회들이 관료 출신 인사를 전무로 속속 선임하고 있다.
서경환 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장은 11월1일 손해보험협회 전무로 취임하는데 이 자리는 20개월 동안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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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재문 전국은행연합회 전무. |
보험업계 관계자는 “서 전 국장은 2015년부터 손해보험협회 전무로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9월에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국정감사에서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쟁점으로 불거지자 정식으로 선임되는 시기를 다소 늦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전무는 20에 홍재문 전 금융위원회 국장으로 결정됐다. 홍 전 국장은 9월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통과했을 때부터 은행연합회 전무로 갈 것으로 사실상 확실시됐다.
공직자는 퇴직한 뒤 5년 동안 이전에 소속된 부서와 밀접하게 연관된 업종의 일자리를 얻으려고 할 경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아야 한다.
송재근 생명보험협회 전무는 금융위원회 과장 출신이다. 송 전무는 8월 당시 17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생명보험협회 전무로 선임됐는데 훨씬 전부터 내정설이 돌았다.
생명보험협회 노조는 3월에 “전직 금융위 과장이 생명보험협회 전무 자리에 내정됐다는 낙하산 인사 소식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부당한 외압을 중단하고 낙하산을 내려 보내려는 계획이 있다면 그것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송 전 과장은 그대로 선임됐다.
다른 주요 금융협회 전무들도 대부분 관료 출신이다.
한창수 금융투자협회 전무는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일했으며 정이영 저축은행중앙회 전무는 금융감독원 조사연구실장을 역임했다.
주요 금융협회의 전무들이 관료 출신들로 채워지면서 ‘관피아’ 논란도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물론 금융협회장에 민간 출신들이 선임되면서 금융당국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관료 줄신의 전무를 선임해 금융당국과 현안을 풀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융협회들이 2015년 초에 외부인사의 낙하산을 막고 내부승진을 장려하기 위해 부회장을 일제히 폐지하고 전무를 신설한 점을 감안하면 관피아가 없는 금융협회를 그만큼 불안해 한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9월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금융협회의 전무들을 놓고 빚어진 관피아 논란을 염두에 둔 것이다.
권 의원은 송재근 생명보험협회 전무의 취임 직후 “금융협회에서 명칭만 바뀐 2인자 자리를 여전히 관피아가 차지하고 있다”며 “관피아를 막기 위한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