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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경영 3년 삼성병원 어떻게 변했나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8-08 2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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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인 경영 3년 삼성병원 어떻게 변했나  
▲ 윤순봉 삼성서울병원 사장

삼성서울병원은 의료와 경영이 분리돼 운영된다. 의료는 의사 출신 원장이 맡고, 경영은 전문경영인 사장이 책임진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며칠 뒤인 5월16일 이 회장 위독설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이를 진화하기 위해 나선 이는 다름 아닌 윤순봉 삼성서울병원 사장이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은 병원에 사장이 있다는 사실을 낯설어 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의 구석구석에 ‘일류 DNA’를 심으려 노력해 왔다. 병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회장은 2011년 10월 당시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대표이사를 삼성서울병원 의료사업 일류화추진단장 겸 삼성서울병원 사장에 임명했다. 국내 빅5 종합병원 가운데 최초로 병원에 전문경영인체제가 등장한 것이다.

당시 윤 사장의 어깨에 삼성의 병원경영을 혁신해 일류로 올려놓는 무거운 짐이 얹혀졌다.  삼성의 병원경영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 심성서울병원 VIP병실 수 1위

삼성서울병원의 병상수는 지난해 말 기준 1982개로 국내 종합병원 중 3위다. 1위는 서울아산병원(2680병상), 2위는 세브란스병원(2081병상), 4위는 서울대병원(1789병상), 5위는 서울성모병원(1332병상)이다.

그런데 삼성서울병원은 VIP병실 수는 61개로 1위다. 이는 전국 대형병원의 VIP병실 수 430개의 14%에 해당하는 숫자다. 2위 서울대병원의 VIP병실이 36개인 점과 비교해도 1.7배 많다.

이는 양보다 질을 강조한 이건희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 VIP병실은 19층에 53개, 20층에 8개가 있다. 20층 병실이 더 크고 보안이 잘 되어 있다. 20층은 보안요원이 외부인의 접촉을 차단하며 전용 엘리베이터만으로 출입할 수 있다.

VIP병실 내부구조 역시 응접실, 보호자 침실 등으로 구성돼 호텔급 병실을 자랑한다. 이건희 회장도 석달 째 20층 VIP병실에 입원해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20층 VIP병실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2009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2010년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2012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다.

삼성서울병원 VIP병실의 하루 입원비는 53~183만 원 가량이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6인실 일반병실의 하루 입원비(1만~1만2천원)의 44배~180배 수준이다. 그러나 가장 비싸지는 않다. 서울성모병원의 VIP병실료는 최고 430만 원, 세브란스병원은 220만 원이다.

비싼 병실료에도 불구하고 VIP병실을 이용한 환자 수는 꾸준하다. 삼성서울병원은 VIP병실 수 자체가 많은 만큼 2010~2012년 VIP병실 입원환자가 가장 많은 병원으로 꼽혔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은 2010년 1만5천 명, 2011년 1만5천 명, 2012년 1만4천 명 등 3년 동안 총 4만4천여 명이 이용했다.

특히 VIP병실은 사생활이 철저하게 보호되므로 재벌총수나 정치인 등 유력인사들이 애용하는 일이 많다. 그렇다보니 VIP병실이 일부 재벌총수와 정치인 등 비리인사들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는 비난도 받는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VIP병실을 운영하는 삼성서울병원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12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구속 중 질병치료를 이유로 삼성서울병원 VIP실에 입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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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송재훈 삼성서울병원 병원장,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윤순봉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사장

◆ 삼성서울병원 국내 최초로 전문경영인체제 도입

삼성서울병원은 1994년 개원했다. 이건희 회장이 ‘양보다 질’을 외친 신경영선언 이후다.

삼성서울병원은 개원 초부터 ‘호텔같은 병원’으로 유명했다. 당시 병원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대리석 바닥과 널찍한 로비, 환한 조명 등 내부시설을 호텔신라처럼 꾸몄다.

삼성서울병원은 처음부터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했다. 기다림이 없고 촌지가 없으며 보호자가 없어도 된다는 이른바 ‘3무병원’을 내세웠다. 환자를 고객 모시듯 하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낯설어 했다. 병원이 환자만 잘 고치면 되지 무슨 친절이냐는 비아냥도 들었다. 하지만 결국 삼성서울병원은 승자가 됐다. 이제 모든 병원은 삼성서울병원처럼 친절을 내세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삼성서울병원은 병원문화를 바꾸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셈이다.

삼성서울병원은 2011년 10월 새로운 경영실험에 들어간다. 전문경영인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대표이사를 삼성서울병원 의료사업 일류화추진단장 겸 삼성서울병원 사장에 임명했다.

삼성그룹은 당시 개원 후 17년 만에 경영진단을 받았다. 그 결과 내린 결론은 혁신을 통해 재도약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0년 당시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과 국내 빅5를 형성했지만 1위는 아니었다. 진료비 매출액 기준으로 삼성서울병원은 8455억 원으로 4위에 그쳤다.

종합병원 빅5 가운데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특히 대기업이 운영해 많이 비교됐다. 현대그룹이 운영하는 서울아산병원은 2010년 기준 매출액 1조2500억 원으로 2위였다. 삼성그룹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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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서울병원 로비
또 이건희 회장이 2010년 삼성그룹의 5대 신수종사업으로 바이오제약과 의료기기사업을 꼽으며 사업터전이 될 병원 운영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됐다.

이인용 당시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그룹 내 혁신 전도사로 알려진 윤 사장이 혁신을 통한 재도약의 적임자로 판단돼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윤순봉 사장은 3년 동안 적자였던 삼성석유화학을 흑자로 바꾼 경험이 있다. 그는 삼성비서실 재무팀을 거쳐 삼성경제연구소 신경영연구실에 근무하며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도 했다.

◆ 윤순봉 사장 “질로 승부하겠다”

병원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초유의 실험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의료진들은 반신반의했다. 의료진들 사이에 팔짱을 끼고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혁신을 위해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윤 사장이 제일 먼저 꺼내든 것은 인센티브제 개선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의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늘려 동기를 부여했다.

특히 인센티브의 지급방식이 독특한데 환자를 많이 볼수록 인센티브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진료의 ‘질’을 높인 성과에 포상했다.

윤 사장은 삼성서울병원을 양보다 질로 바꾸겠다는 경영방침을 내놓았다.

윤 사장은 취임 그 다음해인 2012년 “삼성의 신경영 DNA를 삼성서울병원에 이식해 20개 의료부문에서 세계 최고 의료기술을 갖춘 선도병원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환자나 병상을 늘려 수익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질적 성장을 택한다는 선언이었다.

윤 사장은 의사들이 진료시간에 쫓기는 병폐를 막기 위해 진료환자를 반으로 줄였다. 이 때문에 하루 평균 외래환자수도 개원 18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윤 사장은 “삼성서울병원은 환자와 병상 같은 양적경쟁에서 탈피해 오직 질로만 승부하는 병원이 될 것”이라며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윤 사장은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중환자의학과를 개설하고 100억 원을 들여 응급실을 리모델링했다. 전체적인 진료환자는 줄이되 질로 승부하자는 체질개선을 위한 작업이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환자 수가가 워낙 낮다보니 중환자실 자체가 병원에서 적자를 내는 대표적 부서”라며 “중환자 치료 투자는 삼성이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윤 사장은 중환자의학과를 삼성서울병원의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 브랜드로 삼으려 한 것이다.

◆ 메이요클리닉을 닮고 싶은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은 브랜드가치평가전문 기관인 브랜드스탁이 선정한 ‘2014 대한민국 브랜드스타’에서 종합병원 부문 브랜드가치 1위에 선정됐다. 11년 연속 1위다. 소비자들의 인지도, 호감도, 신뢰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다른 병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서울병원이 벤치마킹하고 싶은 대상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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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
삼성서울병원은 2011년 글로벌 선도병원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전략적 파트너로 미국 종합병원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을 선택하고 메이요클리닉의 주요 경영진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어 노하우와 전략 등을 묻는 자리를 열었다.

메이요클리닉은 150년 전 작은 시골마을 로체스터시에 세워졌다. 로체스터 시 인구는 10만여 명이지만 매년 50만 명이 넘는 환자 일행이 메이요클리닉에 방문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로체스터시를 찾아온다.

메이요클리닉의 기본정신은 ‘환자 제일주의’다. 의사를 포함한 모든 직원들은 환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전 세계에서 우수한 의료진을 스카우트하고 멀리서 찾아오는 환자를 위해 이틀 내에 모든 검사를 끝낸다. 치료에 감동을 받은 환자들이 병원에 기부한 금액이 최근 몇 년 동안에만 6천억 원을 넘길 정도다.

삼성서울병원은 2020년까지 미국 메이요클리닉을 뛰어넘는 세계 최고 글로벌 병원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2012년 ‘환자행복을 위한 의료혁신’이라는 뜻의 ‘해피노베이션’을 새 표어로 채택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메이요클리닉을 뛰어넘는 지름길이 통합진료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진료과가 협업하는 방식의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대표적 예가 올해 개원한 심장뇌혈관병원이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은 심장질환과 뇌졸중 등 모든 혈관질환을 한곳에서 치료할 수 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은 발병원인이 서로 복잡하게 얽힌 경우가 많아 이들 질환을 동시에 앓거나 다른 질환이 뒤따라 발병하는 사례도 흔하다”며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을 한꺼번에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은 현재 미국 하버드의대 부속병원(MGH)뿐이고 아시아에 전무한 상태”라고 말했다.

◆ 6년 동안 멈추지 않는 적자

삼성서울병원은 전문경영인체제 도입 후 질적 개선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수익이다. 투자가 늘어난 만큼 성과물은 내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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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서울병원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윤순봉 사장이 삼성서울병원 사장에 임명될 때 삼성서울병원의 혁신뿐 아니라 삼성이 신수종사업으로 추진한 헬스케어부분에서 병원의 역할도 기대했다"며 "진료부문의 질적 성장 외에도 병원의 임상 연구개발을 통해 삼성의 헬스케어사업에도 기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760억 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삼성서울병원은 2012년에도 560억 원의 적자를 보는 등 2008년부터 6년 내내 적자를 내고 있다. 윤순봉 사장이 전문경영인으로 취임한 뒤에도 적자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어린이집, 삼성노블카운티(노인주거시설)와 함께 삼성생명공익재단으로 묶여 실적을 공시한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의료 외적으로도 수입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의료외이익은 290억 원이었다. 삼성서울병원 760억 원의 적자를 보전하기에 한참 부족하다. 

적자만 지속하다 보니 누적결손은 쌓여간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6월 삼성생명 지분 2.5%를 매각했다. 시가로 5천억 원 규모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은 해마다 적자를 기록해 누적결손금이 5천억 원에 육박한다”며 “이번 자산매각은 결손을 털어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누적결손금이 늘어나면서 삼성서울병원의 혁신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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