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는 이날 알리페이에 제공한 고객정보는 모두 암호화해 철저히 비식별 조치를 취했고 마케팅 등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돼 있다고 해명했다. 또 신용정보법에도 개인신용정보 처리 위탁 방식은 사용자 동의가 필요 없는 것으로 규정돼 있어 불법 유출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카카오페이의 해명에도 시장은 고객정보 유출 논란을 악재로 받아들였다.
이날 카카오페이 주가는 5.61%(1400원) 내린 2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는 전날보다 1.80%(450원) 하락한 2만4500원에 장을 시작해 장중 하락폭을 키웠다.
카카오페이 이용자가 4천만 명에 이르는 가운데 광범위한 정보 제공 내역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의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본 것인데 문제는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금감원의 제재와 더불어 소비자 사이에서 기업 이미지와 신뢰에 흠집이 나는 것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가 B2C(일반 소비자와 거래) 온라인 플랫폼에 토대를 두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보관리에 관한 불신은 향후 신사업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티몬과 위메프 정산지연 사태에 따른 결제금액 취소건에 관한 손실부담도 떠안고 있다.
나민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티몬, 위메프 결제 취소는 간편결제사가 자체 자금으로 고객들에게 환불해 주는 형태”라며 “이에 따라 대부분 간편결제사는 손실 인식이 불가피하고 손실 반영시기는 3분기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신 대표는 정부가 최근 기업 밸류업을 통한 자본시장 선진화에 힘을 실으면서 주가 부양에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2일 기업 밸류업 상장기업 간담회에서 “한국 증시 체질개선을 위해 상장기업 내실화, 기업 밸류업 확산이 중요하다”며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경영문화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카카오그룹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도 올해 2분기 실적발표에서 기업가치 제고 공시 계획을 내놓으면서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발을 맞췄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최근 실적발표에서도 티몬과 위메프 사태 등에 관한 리스크관리 방안을 제외한 기업 밸류업 계획 등은 언급하지도 못했다.
▲ 정부가 상장기업 밸류업에 힘을 싣는 가운데 카카오페이는 주주가치 회복 과제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이미 2021년 11월 상장 때와 비교해 10분의 1 토막이 난 상황이다.
카카오페이는 기업공개 당시 공모가가 9만 원, 상장 첫 날 시초가가 18만 원을 보이며 엄청난 흥행을 보였다.
상장 초반 주가가 24만8500원까지 치솟으면서 카카오뱅크와 나란히 시가총액이 30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 때 시가총액 순위로 셀트리온을 제치고 코스피200에 편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 카카오페이 주가는 상장 한 달도 되지 않아 경영진의 주식 먹튀 논란 등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시작했고 현재는 주가가 2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5월 유동 시가총액 등을 토대로 선정하는 MSCI 한국 지수 구성종목에서도 제외됐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8월 카카오페이 2분기 실적발표 뒤 보고서에서 “카카오페이는 금융서비스 확대에 따라 2024년 매출 2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면서도 “영업적자 지속과 여전히 높은 밸류에이션을 고려해 투자의견은 중립, 목표주가는 하향조정한다”고 말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을 동반한 성장과 더불어 계열사 흑자전환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