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4-08-12 15: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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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두산밥캣 사태, 삼성물산 사태와 같이 대주주의 기업가치 훼손 사례가 반복되고 한국기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외국인과 국내 개미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개미투자자보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상장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특례법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규율을 주주 친화적으로 개선하자"며 이같이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개미투자자보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토론회는 김남근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3명이 공동주최했다. 개미투자자(일반주주)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국내 주식시장의 문제점을 풀기 위해 학계와 법조계, 소액주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축사에서 "지배구조 개선 없이 추진되는 정부의 K밸류업 정책은 밑바진 독에 물을 붓는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주축이 돼 상법 개정안과 상장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특례법안 등의 발의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상법 개정을 우선 추진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에 상장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특례법안 처리를 투트랙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요 내용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기업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 △감사위원 이사의 분리선출 확대 △최대주주와 무관한 독립이사 선출 △집중투표제 활성화 △투명한 전자투표 의무화 등이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면 대주주를 위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훼손한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또 분리선출한 감사위원 이사나 독립이사는 대주주에게 일사분란하게 충성하는 이사회와 달리 일반주주를 위해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집중투표제란 다수의 이사를 뽑는 투표에서 주주마다 자신이 행사할 모든 표를 한명의 이사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이를 통해 일반주주들이 제안한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생긴다.
전자투표는 주주총회 개최 2주전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졸속으로 개최될 수 있는 현행 주주총회 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과거 일본이 자국 주가시장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추진했던 '밸류업' 정책을 벤치마킹한 K밸류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상속세와 법인세를 완화해줘 투자 동기를 확대하고 내년부터 부과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해 국내 투자를 촉진한다는 것이 정부의 전략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정부 정책이 일본의 밸류업 정책에서 베끼고 싶은 부분만 베껴왔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K밸류업 정책과 관련해 "기업의 성장가능성을 북돋아주는 업사이드 전략도 좋지만 기업가치의 하방압력을 해소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창민 교수에 따르면 한국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한 것은 성장가능성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대주주의 횡포가 더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교수는 "일본은 자국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10년에 걸친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진행했다"며 "대주주에 대한 사전적 경제장치와 함께 일반주주이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는 장치들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바라봤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대주주 횡포를 견제할 장치와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상충하는 상황에서 일반주주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방향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 12일 '개미투자자보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입법 세부 사항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제언들이 나왔다. 특히 상법을 포함한 기존 법 체계를 완전히 갈아엎고 관련 정부조직도 개편해야 한다는 파격적 주장도 제기됐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중국 등과 달리 한국에는 '회사법'이 없고 상법 내 회사편과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 등이 파편화돼 기업을 규율하고 있다.
특히 상법은 기본법의 성격을 띄고 있기에 역대 상법 회사편 개정안은 법적으로 보수적인 법사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줄줄이 폐기돼 왔다.
황현영 연구위원은 "상법 개정이 힘들어 그동안 굉장히 많은 특별법들이 제정됐으며 시간이 흐른 뒤 이 수많은 특별법들이 자본시장을 오히려 어지럽히는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어렵더라도 상법개정을 통해 규율하는 것이 맞을 수 있고 만약 특별법을 제정한다면 다른 특별법들을 걷어내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도 이같은 시각에 공감하면서 상법은 물론 주식시장을 규율하는 법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천준범 대표에 따르면 상법 회사편은 개별기업을, 자본시장법은 주주를, 공정거래법은 기업집단을 바라보는 법이다.
이는 정부 부처별로 보면 각각 법무부 상사법무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 공정위 기업집단 감시국의 관할이며 세 집단 모두 자기 관할 밖의 문제는 잘 모른다는 문제점이 있다.
천준범 대표는 "이들이 같이 풀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면 협의만하다가 논의가 끝나게 된다"며 "상장기업법과 상장기업 감독위 설치 같은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바라봤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