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기업 밸류업 공시로 주가 반등의 계기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 출범 뒤 7년 동안 실적 증가세를 이끌면서 성장부분에서 확실한 성과를 보여줬다. 하지만 올해도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기업가치 확대를 위한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4분기 기업 밸류업 공시 등으로 주가부양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증권업계 리포트를 종합하면 전날 호실적을 발표한 카카오뱅크를 두고 기대와 불확실성이 혼재된 평가가 나왔다.
카카오뱅크 2분기 순이익이 다시 한 번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이익체력을 높여가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모기업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 등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그만큼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확실성 요인이 많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카카오뱅크 투자의견은 매수(BUY)로 유지했지만 목표주가를 기존 3만2천 원에서 2만8천 원으로 낮췄다.
최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독보적 수신 경쟁력을 계속 입증하고 있다”면서도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다”고 짚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4분기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기업공개 때 조달한 풍부한 자본여력을 바탕으로 한 성장 전략에 관한 계획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투자의견은 중립(HOLD)를 유지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카카오뱅크의 호실적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높인 증권사도 있지만 실적만으로 경영상황과 기업가치에 관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는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카카오뱅크가 4분기 발표를 예고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더욱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가 카카오뱅크 상장 뒤 계속돼 온 주가부진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우수한 성장성을 입증하는 데서 나아가 ‘플러스 알파’의 승부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김범수 위원장의 구속기소로 모기업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 재판 전망이 악화되고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압박이 강화되는 등 외부 여건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주환원 정책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7일 2분기 실적발표 뒤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 이사회를 거쳐 밸류업 프로그램 공시를 계획하고 있다”며 “기존 취득 자사주에 관한 처리, 배당과 같은 주주환원 정책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밸류업 공시에 구체적 자기자본이익률(ROE), 영업이익경비율(CIR) 등 재무적 목표뿐 아니라 예대마진, 수수료 등의 효율성을 높여 포용금융 지속 확대 방안 등도 내놓겠다고 밝혔다.
회사 성장에 발맞춘 주주환원과 내실경영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표에게 주가부양은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무거운 과제로 꼽힌다.
▲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7월22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심문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범수 위원장은 8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연합뉴스>
카카오뱅크는 앞서 2021년 상장 초반 주가가 단기간에 5만 원대에서 9만 원대까지 뛰고 시가총액이 30조 원을 넘어서면서 금융주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금세 과열현상이 식으면서 주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초반 고평가가 독이 된 셈인데 이를 고려해도 현재 카카오뱅크 주가는 2만 원 초반대로 최고가와 비교해 4분의1도 안 되는 상황이다. 주주가치 제고가 중요한 경영과제일 수밖에 없다.
윤 대표는 앞서 2022년 10월 카카오뱅크 주가가 종가 기준 1만5850원까지 내려가자 주주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대표이사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의 성과평가(KPI)에서 카카오뱅크의 주가에 바탕한 평가 비중을 높이는 등 주가 관리가 경영진의 최우선 과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 뒤 카카오뱅크는 2023년 3월 주총에서 2022년 회계연도 바탕해 첫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같은 해 4월부터 자사주 130억 원 규모도 매입했다.
다만 아직은 주주환원 정책을 두고 시장에서 의미 있는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은행주 주가가 기업 밸류업의 수혜로 너도나도 두 자리 수 상승률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주가에 힘을 받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출범 뒤 해마다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 출범 3년차인 2019년부터는 순이익도 흑자로 전환했다.
카카오뱅크 영업수익은 상장한 해인 2021년 1조649억 원으로 1조 원대를 넘었고 지난해에는 2조4940억 원을 보였다. 순이익은 2018년 –209억 원에서 2019년 137억 원으로 흑자전환했고 2023년에는 3549억 원을 거둬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24년에도 순이익 4283억 원을 내 20%대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8일 종가 기준 2만1850원, 시가총액은 10조4208억 원이다. 2021년 상장 초반과 비교해 시총은 3분의1 토막이 났고 한 때 10위에 들었던 코스피 시총 순위는 39위로 내려갔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단단한 이익 성장을 바탕으로 지난해 현금배당 규모가 87% 늘어나는 등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환원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며 “올해는 2분기 가계대출 성장폭 축소에도 플랫폼 수익 다각화 등 비이자부분에서 성과를 내면서 의미 있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