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미국발 경기 리스크에 대응하면서 야당 주도로 움직이는 정치국면의 전환을 꾀하기 위해 민생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표가 최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전기료 감면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 따른 행보로 읽힌다.
한 대표는 “폭염기에 민생안정을 위해 전기료 감면과 관련된 당정협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여야 의원들이 모두 취약계층 전기료 감면 법안을 내놓은 만큼 신속히 여야 합의를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도 화답하면서 극한으로 치달았던 정쟁 국면에 일시적 소강상태도 나타나는 모양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약계층 전기료 감면을 제안했는데 전기료 뿐만 아니라 민생 물꼬를 트기 위한 협의 테이블을 구성하자”고 말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으로서도 각종 특검법을 강력히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피로감이 쌓이는 것을 의식한 데 따른 행보로 분석된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7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만난 뒤 백브리핑에서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법안 가운데도 국민의힘 의원들과 상의해 합의해서 처리할 수 있는 민생 경제법안이 있어서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함께 정례적으로 회동을 해서 합의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22대 국회가 출범한지 2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국회에서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된 법안이나 민생 관련 정책은 하나도 없다는데 양당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7일 현안 기자간담회에서 “제22대 국회는 그동안 특검정쟁으로 가득했고 민생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어 송구스러웠다”며 “8월 임시국회에서는 정쟁 휴전을 이루자고 민주당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고금리와 물가 상승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특검 정국에 출구전략을 모색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대표와 전당대회에서 맞붙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가계와 기업부담, 내수부진을 타개 하기 위해 금리정책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긴축기조를 유지하되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의 위험요인을 면밀히 관리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내수회복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와 관련한 정책 권한은 한국은행이 쥐고 있지만 여당이 공론화하면 건전한 당정관계를 보여줄 이슈로 나쁘지 않은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애초 한동훈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금리정책보다는 물가관리에 방점을 찍었으나 최근 당내에서 나타나는 이런 의견을 수렴하면서 금리를 포함한 경제정책으로 정당 지지율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최근 미국발 경기위기 우려로 주식시장 등에서 부정적 신호가 나타남에 따라 경제에 좀 더 신경쓰는 것이 향후 정국 주도권을 이끌어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발표된 미국 실업률을 살펴보면 4.3%를 기록해 경기침체 판단지표로 알려진 ‘샴의 법칙’(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이라는 이론)을 충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7월 금리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총선 당시 물가와 관련해 국민들의 걱정이 많았다”며 “정책이 발표되고 효과가 나타나고 국민들이 체감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 경기변동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전문가들은 한동훈 대표가 리더십을 공고히 다지기 위해서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내부 뿐만 아니라 야당과 관계개선을 모색하는 노력에 더욱 힘을 줄 것이라고 바라본다.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는 'YTN 뉴스NOW'에 출연해 “한동훈 대표가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던 의원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나아가 야당과 민생을 중심으로 한 협치를 모색하기 위해 야당 지도부와 만나기 위한 준비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