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8-06 11: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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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22대 국회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재시동했다.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 등 건보재정을 갉아먹는 불법의료기관 척결을 위해 칼을 갈아 왔는데 의료계의 반발을 넘어 특사경 제도 도입에 성공할지 이목이 쏠린다.
▲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5월3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이사장-의약단체장 합동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가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을 추진하는 법안이 3건 발의돼 입법 절차를 밟게 됐다.
먼저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15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2건을 발의했다.
의료법 개정안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검사 및 확인에 관한 업무’의 일부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보건의료 업무 전문성을 보유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 사무장병원·면허대여약국을 대상으로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은 의료기관·약국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이나 비영리법인의 명의 및 면허를 빌려 불법으로 영업하는 것을 뜻한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1일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고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
박 의원은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법무부에서도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동의하고 있다”며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6개월 안으로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 개설 기관 단속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차질 없이 준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낸 법안에는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김준형·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도 참여해 어느정도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여당과 야당 사이에 다소 온도 차이는 감지된다.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 있던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종배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윤준병 의원과 박균택 의원의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로 발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진 않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논의 과정에서 법안 발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재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공단 직원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은 앞서 제21대 국회에서도 논의됐다. 다만 해당 법안들은 법안소위를 넘지 못하고 임기 만료 폐기라는 결과를 맞았다.
2020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정춘숙·서영석·김종민 의원이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발의했다. 2023년에는 여당이던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또한 법안을 발의하며 건보공단 특사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신속한 단속과 수사 진행 등을 위해 전문성을 보유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균택 의원실>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제21대 국회 내내 지속해서 건보공단에 특사경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현장 조사를 거쳐 불법 개설기관으로 적발해 환수 결정한 기관은 모두 합쳐 1717곳이다. 이에 따른 환수 결정 금액이 약 3조3762억9600만 원에 이르지만 실제 환수가 된 금액은 약 2335억원으로 징수율은 6.92%에 그쳤다.
2020년 11월17일 진행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서 보건복지부는 “복지부가 관련 업무를 맡아서 하기에는 운영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며 “일선에서 그 업무를 하면서 손발 역할을 해 주는 공단의 특사경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고 호소했다.
같은 날 회의에서 건보공단 역시 “경찰에서 수사할 때도 결국은 건보공단 직원이 조력을 하기 위해서 나간다”라며 “그 부분이 초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참 지난 다음에 시작이 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초기 수사를 할 수가 없다”고 역할의 한계를 토로했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12월14일 회의에서는 경찰 수사의 결과와 신속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 아니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지금 경찰에서 수사를 할 때 평균적으로 걸리는 기간이 11개월”이라며 경찰 수사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2024년 1월2일 신년사를 통해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한 특사경 제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더욱 강화해서 올해 새롭게 구성되는 국회에서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과 관련해 ‘신중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2023년 12월14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서 “건보공단은 조사권이 필요한 행정벌 같은 사안을 심사할 그런 권한이 없는 기관”이라며 “공단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신속하고 효율적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단에서 이 권한을 가져간다는 것 자체가 행정 편의적이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 역시 같은 날 회의에서 “특사경 도입이 불가피한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는 자료나 다른 논리가 더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그런 특별한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공감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의료계 또한 건보공단의 특사경 도입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2024년 5월28일 성명서를 통해 불법 개설 요양기관을 근절하기 위한 방법론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사무장병원 만연은 정부나 공단의 조사 권한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료기관 개설 당시 불법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개설을 허가했기 때문”이라며 “사무장병원 단속에 특사경 제도를 도입할 법적 당위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공무원도 아니고 수사 전문가도 아닌 건보공단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이자 진료권을 향한 과한 간섭이라고 보고 있다.
의사협회는 특사경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른 중요한 국면마다 보도자료를 내며 건보공단 특사경 제도와 관련한 반대 견해를 분명히 해왔다.
의사협회는 2023년 12월14일 진행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도 “사무장병원의 단속은 의료법에 대한 전문지식을 요하지 않는다”며 “사무장병원 수사는 기존의 사법경찰의 수사력으로도 충분하며 수사비전문가에 의한 수사 진행 때 국민의 기본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특사경 법안은 저희가 지속해서 반대해 왔던 사안”이라며 "앞으로도 반대 의견을 유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