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금융그룹의 증권 계열사 부활이 10년 만에 현실화되자 한화투자증권이 씁쓸한 입맛을 다시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우리은행의 은행 앱인 ‘우린WON뱅킹’에 주식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지형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 우리투자증권의 부활이 한화투자증권에겐 달갑지만은 않은 모양새가 됐다. |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여의도 TP타워에서 출범식을 갖고 우리금융그룹 계열 증권사로 공식 출범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투자증권은 '디지털과 기업금융(IB)이 강한 종합증권사'를 표방하며 궁극적으로 '초대형IB'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특히 디지털 강화라는 문구를 통해 우리투자증권의 향후 전략 행보에 그룹사의 ‘슈퍼앱’ 우리WON뱅킹을 활용한 디지털 역량 강화가 자리하고 있음을 명확히했다.
슈퍼앱은 은행 업무 외에도 주식, 보험, 채권, 대출 등 거의 모든 금융 기능을 제공하는 금융앱이다. 핀테크기업 토스의 등장 이후로 금융권에서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자사 앱에 은행업무 외에도 주식투자가 가능하도록 증권사와 협력해 왔다. 지난달에도 케이뱅크-키움증권, IBK기업은행-유안타증권이 파트너십을 발표하기도 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묶인 은행권 리테일(소매) 고객들을 증권 시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은 자사 은행 앱에 자신들의 계열 증권사 서비스를 연동해 놨다. 증권 계열사가 없었던 우리은행은 5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2022년 8월23일부터 한화투자증권 주식거래 서비스를 이용해왔다.
▲ 우리WON뱅킹 내 주식거래 메뉴를 누르면 'by 한화투자증권'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우리WON뱅킹 캡처> |
한화투자증권은 은행권 슈퍼앱과의 협력에 유독 적극적인 증권사다. 우리은행 외에도 전북은행, 광주은행에 주식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토스뱅크에는 장외채권 매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말 기준 자기자본 1조5969억 원 수준의 중형 증권사로서 리테일 역량 강화를 위해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친자식’ 우리투자증권이 10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만큼 ‘옆집 아들’인 한화투자증권으로선 우리WON뱅킹 내 주식거래 서비스의 자리를 내어줘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타 4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가 탄탄한 리테일 고객 기반을 마련할 수 있던 이유도 결국 계열사 은행 앱과의 시너지 덕분이었으며 특히 우리투자증권은 향후 디지털 역량을 공격적으로 키우겠다고 천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우리투자증권의 주식거래시스템이 출범하면 우리WON뱅킹 내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슈퍼앱이란 개념 자체가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며 “게다가 출범식에서도 밝혔듯 우리투자증권은 향후 디지털 역량을 기반으로 성장할 증권사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 입장에서는 대형 고객을 놓칠 수 밖에 없는 소식이다. 우리은행은 고객 수 1400만 명, 우리WON뱅킹 월간활성이용자수 800만 명 등을 자랑하는 대형 시중은행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화투자증권은 뛰어난 소셜미디어 경쟁력을 발휘하면서 향후 리테일 고객들을 유치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사단법인 한국인터넷 전문가협회가 주최한 ‘소셜아이어워드 2024’에서 블로그 부문 최고대상을 지난달 29일 수상했다.
한화투자증권의 공식 블로그 ‘라이프 포트폴리오’가 고객의 재무뿐 아니라 인생설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