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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해운업황 꺾일 조짐, HMM 중장기 성장전략 골든타임 놓칠 판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4-07-30 15: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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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HMM이 올해 상반기에 내놓기로 했던 중장기 성장전략의 구체적 방안을 아직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랜 호황을 누렸던 컨테이너 해운업황이 꺾이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해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HMM이 경쟁력을 강화할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컨테이너 해운업황 꺾일 조짐, HMM 중장기 성장전략 골든타임 놓칠 판
▲ HMM이 중장기 성장전략의 세부 실행방안을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투자의 적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해운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물동량 증가와 선복(여객이나 화물의 탑승·적화 장소) 공급 부족에 따라 해운사들에 우호적이었던 업황이 꺾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컨테이너 운임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6일 2.67% 내린 3447.87로 집계됐다. 5일 단기 고점인 3733.80을 찍은 뒤 3주 연속 하락한 것이다. 

물론 현재 운임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긴 하다.  

다만 변동 폭이 큰 운임 특성상 한번 추세가 전환되면 하락 폭이 급격히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운업은 10년 넘는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오는 특징도 있기 때문에 한번 불황이 찾아오면 오랜 기간 불황의 터널을 지나야 할 수도 있다. 

실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해운업 불황기인 2010년대 줄곧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 2020년 무렵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2022년 5109.60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 뒤 물동량과 비교해 선복 공급 증가세가 가팔라지자 2023년 3월 906.55까지 곤두박질하기도 했다. 

그러다 예멘을 근거지로 하는 후티 반군의 홍해 지역 군사 행동으로 수에즈운하가 봉쇄되자 운임은 급등세를 보였고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이달 3733.80까지 올랐다. 2022년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변수를 배제하면 이미 선복 공급이 과잉인 상태인 데다 운임 상승 추세도 꺾인 만큼 해운 시황이 낙관적이라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홍해사태를 제외하면 2023~2025년 평균 선복량 증가율은 7%로 선복량 증가율이 물동량 증가율을 초과하는 시기에 진입했다는 근원적 업황 우려가 있다”며 “현재의 물동량 증가는 일정 부분 안전재고 축적 수요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미래의 수요를 앞당겨 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안 연구원은 “향후 글로벌 선사들의 운임경쟁이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 잠재된 우려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HMM은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이후 호황을 누리며 이전의 결손금을 모두 털어내고 15조 원 규모의 현금을 쌓아둘 수 있게 됐지만 해운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에는 다소 미온적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물론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손을 가만히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컨테이너 해운업황 꺾일 조짐, HMM 중장기 성장전략 골든타임 놓칠 판
▲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는 해운 분야뿐 아니라 항공, 철도, 내륙 화물 등으로 사업을 다변화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사진은 글로벌 2위 해운 선사 머스크 로고가 찍힌 화물트럭. <머스크>

그는 컨테이너 선복량 규모를 2024년 92만TEU(84척)에서 2030년 150만TEU(130척)까지 늘리고 벌크선 선복량을 2024년 630만DWT(36척)에서 2030년 1228만DWT(110척)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2030년 중장기전략’을 제시하기는 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 중 내놓기로 한 세부적 실행계획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HMM 관계자는 "중장기 성장전략의 구체적 방안이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며 "막판작업에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선복량 확대와 벌크선으로 선대 다변화를 추진하는 전략의 방향성을 놓고도 회의적 시선이 나온다. HMM이 글로벌 해운시장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 지는 상황에서 이런 전략으로 실질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해운분석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현재 HMM의 컨테이너 선복량은 84만3429TEU(점유율2.8%)로 세계 8위다. 다만 7위인 에버그린의 선복량은 170만6212TEU(5.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HMM이 ‘2030 중장기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에버그린이 선복량을 늘리지 않더라도 여전히 선복량 기준으로 에버그린에 못 미친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코로나19 시기에 빨리 투자해 선복량을 늘려 수혜를 입었다면 시기를 잘 맞춘 거겠지만 이제 와서 투자한다고 해도 시기를 놓친 측면이 많다”며 벌크선으로 사업을 다변화하는 것도 해운 시황이 안 좋아졌을 때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해운만 다각화할 게 아니라 항공, 철도, 내륙 화물 운송 등으로 물류 다각화를 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다른 나라 선사들은 선박 발주뿐 아니라 터미널을 인수하고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는데 우리나라 선사들은 움직임이 거의 없다”고 짚었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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