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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문어발식 확장’ 독 됐나, 큐텐그룹 유동성 위기로 백척간두에 서

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 2024-07-25 14: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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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 사장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큐텐그룹을 뿌리채 뒤흔들고 있다.

최근 큐텐 산하에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들에서 연달아 터진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가 이른바 '부도설'로까지 번지면서 각 플랫폼 입점 판매자와 구매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결제까지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 현금이 순식간에 말라가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구영배 ‘문어발식 확장’ 독 됐나, 큐텐그룹 유동성 위기로 백척간두에 서
▲ 큐텐그룹이 티몬과 위메프 등 산하 이커머스 플랫폼의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로 위기에 몰리고 있다. 사진은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

25일 유통업계 의견을 종합해보면 구 대표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시키겠다는 목표에 집중한 나머지 적자 기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티몬과 위메프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 대표의 가장 큰 목표는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인 것으로 이전부터 알려져왔다.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위한 목적에서 거래액 확대를 위해 플랫폼 인수에 주목한 것으로 파악된다.

티몬을 시작으로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까지 연달아 인수한 것은 바로 이런 목적 때문이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이들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거래를 바탕으로 물동량을 키워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한 뒤 여기서 조달하게 될 현금을 바탕으로 추가 투자를 일으킨다는 것이 구 대표의 구상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구 대표는 각 플랫폼의 어려운 사정을 이용해 1년도 안 돼 플랫폼 3개를 연달아 인수했다. 2016년만 해도 기업가치 1조 원대를 인정받았던 티몬이 큐텐에 인수될 때 평가받았던 기업가치는 2천억 원밖에 되지 않았다.

구 대표는 해당 플랫폼들을 인수할 때 실탄도 쓰지 않았다. 큐텐의 지분을 내주고 각 플랫폼의 지분을 얻는 ‘지분교환’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 대표는 이후 각 플랫폼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덜 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각 플랫폼이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생계획을 짜기보다는 몸집불리기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큐텐의 자회사인 큐텐 테크놀로지 소속직원이 티몬과 위메프 재무팀을 겸직해 왔으며 지난해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한 거래대금 정산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과 위메프는 모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기도 하다. 2022년 티몬의 자본총계는 –6386억 원이며 부채총계도 7858억 원이다. 지난해에는 감사보고를 제출하지도 않아 실적이 더 악화됐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위메프 역시 지난해 자본총계는 –2398억 원이며 부채총계는 3318억 원에 달한다.

티몬과 위메프의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티몬은 6월 말 플랫폼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티몬캐쉬’를 10% 할인해 판매했다. 일반적으로 상품권 판매시 할인율이 5% 미만인 점을 고려해보면 티몬이 서둘러 현금흐름을 확보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

실제 상품권 할인판매는 단기간에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종종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구영배 ‘문어발식 확장’ 독 됐나, 큐텐그룹 유동성 위기로 백척간두에 서
▲ 티몬과 위메프가 정산금 지연으로 인해 이용자가 지속해서 이탈하며 존폐위기에 놓여있다. 사진은 강남에 위치한 티몬 본사.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티몬과 위메프의 미지급 정산금이 또다시 몸집불리기에 사용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구 대표는 2월 1억7300만 달러(약 2300억 원)을 들여 글로벌 쇼핑 애플리케이션 위시를 인수했다. 인수 과정에서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는데 판매자들에게 지급해야할 정산금을 위시 인수에 투입하느라 정산금 지급이 지연됐다는 의구심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구 대표에 대한 불신이 누적되면서 티몬·위메프뿐만 아니라 위시플러스, 인터파크커머스 등은 최근 며칠 사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판매자들은 이미 대규모로 이탈했고 소비자들도 미리 구입했던 상품의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티몬과 위메프의 내부 상황도 매우 어수선하다. 티몬의 중요 업무를 담당하는 실장급 이상 직원과 일부 임원들도 사임한 것으로 파악된다.

외부에서는 입점업체와 구매자에 이어 결제대행업체와 주요 은행까지 티몬과 위메프를 ‘손절’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결제대행업체는 티몬과 위메프의 신용카드 결제를 막았다. 금융권은 대출상환 불투명을 이유로 선정산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자금의 원천이 모두 봉쇄된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티몬과 위메프 본사에는 25일 새벽까지 피해 판매자 및 소비자들의 항의 방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온라인 판매자 커뮤니티에서는 집단소송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구영배 ‘문어발식 확장’ 독 됐나, 큐텐그룹 유동성 위기로 백척간두에 서
▲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25일 새벽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로 상품을 환불받으려는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티몬과 위메프는 제3 금융기관과 연계해 신속한 대금 지급 방안 제시했으며 위메프는 일부 고객에게 환불진행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 대표도 직접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등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나 판매자와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사실상 정산금을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현재 신용카드 결제가 막혀 새로운 대금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보유 자금으로 정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의 재정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티몬과 위메프가 서비스를 종료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뢰를 상실한 상황에서 더 이상 해당 플랫폼을 이용할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티몬 관계자는 “서비스 종료는 사실무근”이라며 “현재 가능한 빨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임직원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G마켓의 창업자로 한국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제법 유명한 인물이다. 이베이코리아에 G마켓을 2009년 매각하면서 성공한 기업가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는 2010년 큐텐을 설립해 동남아시아와 중국, 인도 등에서 국경 간 거래를 통해 사업을 확대했다. 이베이코리아와 경업금지 조약이 해지된 2022년부터 다시 국내 시장에 등장해 티몬을 시작으로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까지 인수를 이어가며 ‘티메파크’ 연합을 형성하며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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