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사업을 준비하는 삼부토건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부토건은 한때 해외사업 비중이 작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해외 매출을 전혀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어 다시 해외사업에서 성장 동력을 찾을지 주목된다.
▲ 삼부토건이 준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가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셀리도베 무너진 아파트 현장. <연합뉴스>
24일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삼부토건은 '트럼프 테마주'로 분류돼 최근 요동치는 미국 대선 판세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날도 삼부토건 주가는 전일 대비 9.07% 하락한 1614원에 거래를 마쳤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가상 양자대결에서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눌렀다는 로이터통신 보도가 전해지면서 23일 5.53% 떨어진 데 이어 이틀째 하락세가 이어졌다.
삼부토건은 14일 오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을 받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 주가 강세를 보였다. 총격 사건 직전 거래일인 12일 종가 1417원에서 16일 1722원으로 21.5% 높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 사퇴를 발표한 다음날인 22일 종가는 1879원으로 13.33% 치솟기도 했다.
삼부토건 주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과 연동되는 이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우 전쟁 종전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4시간 이내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33년까지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금액은 모두 4863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전쟁이 끝나면 재건사업이 본격화돼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삼부토건도 우크라이나에서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수혜기업 가운데 한 곳으로 꼽혀왔다.
삼부토건은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 산업단지 개발기업 IPGD와 스마트시티 4.0 사업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르비우 지역 57.73㎢(분당 면적의 약 0.83배)을 대상으로 재건 사업을 추진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단지 안에는 주거와 업무 지구, 올림픽 빌리지, 교육, 농업 제약, 항공훈련, 공항터미널와 물류단지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달에는 볼로드미르 레메니악 호로독 시장이 스마트시티 4.0 프로젝트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해 이와 관련된 MOU를 체결했다.호로독은 우크라이나 르비우주 라이온에 위치해 있는 도시다. E40번 국제고속도로와 인접해 있고 국경 근처에 있어 경제적, 지리적으로 양호한 조건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조남욱 전 삼부토건 대표이사 회장.
삼부토건이 실제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착공하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해외사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삼부토건은 2017년 6월 착공에 들어간 파키스탄-로와리 남측접속도로 이후 신규 해외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삼부토건은 2017년 해외사업 매출 규모가 611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21.78%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해외매출은 3억여 원으로 0.06% 비중에 그쳤다. 올해 1분기에는 해외매출이 제로(0)를 기록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삼부토건 주가가 큰 움직임을 보인 것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주가조작 논란도 떠오른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23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삼부토건을 둘러싸고 주가조작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시즌2는 아닌지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삼부토건은 1948년 고 조정구·조창구·조경구 3형제가 서울 주교동에 '삼부토건사'를 개업하면서 처음 세워졌다. ‘삼부’라는 이름은 충남 부여 출신 3형제가 만들었다는 데서 따왔다.
1965년 건설부로부터 토건공사면허 1호를 땄다. 경인·경부 고속도로, 서울 지하철 1호선, 강남권 개발사업 등 굵직한 토목 공사를 중심으로 성장하며 1960~1970년대에는 도급순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1993년 조정구 회장이 사망하면서 창업주 2세인 조남욱 회장이 삼부토건 대표이사에 올랐다.
조남욱 회장이 삼부토건 대표이사로 재임하던 시절 2011년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재개발 사업이 좌초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로 위기에 빠져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강남구 역삼동 라마다 르네상스호텔(현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을 담보로 채권단의 자금지원(7500억 원)을 받았지만 경영정상화에 실패했다. 그 뒤 2015년 조남욱 회장이 삼부토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삼부토건은 2017년 DST로봇(현 휴림로봇)컨소시엄에 매각되면서 회생절차를 졸업했다. 이후 다시 2023년 화장품 업체 디와이디에 넘어갔다. 현재 디와이디가 지분 11.49%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삼부토건의 최근 경영 상황은 좋지 않아 2021년부터 매년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782억 원, 순손실 111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부채비중이 421.93%에 이른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