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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기후재무 달성 ‘빚 좋은 개살구’ 거센 비판, 별도 기구 결성 목소리 커져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7-19 14: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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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기후재무 달성 ‘빚 좋은 개살구’ 거센 비판, 별도 기구 결성 목소리 커져
▲ 12일(현지시각) 홍수가 발생한 방글라데시 다카 시내에서 한 가족이 인력거에 의지해 대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선진국들이 몇 년 전 개발도상국들에 지원해주기로 약속한 기후재무 약속이 지켜졌다는 통계가 최근 나왔지만 실제 지원 규모는 약속한 것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나온다.

통계에 잡힌 지원금 가운데 대부분이 대출 형태로 이루졌다는 것이다. 이에 기후재무 문제를 전담하는 신뢰할 수 있는 새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8일(현지시각) 기후 전문언론 클라이밋홈뉴스는 칼럼을 통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기후재무 계획이 나오려면 세계 각국이 기후총회(COP) 외에도 별도 기구를 만들거나 새로운 협약을 맺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재무는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기후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개도국들을 위해 선진국들이 금액을 지원해주는 국제 원조의 일종이다. 2009년 처음 제안돼 2020년까지 연간 1천억 달러(약 138조 원) 규모를 달성하기로 약속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내놓은 통계를 보면 기후재무는 2022년에 1159억 달러(약 160조 원)를 기록해 애초 목표 1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OECD는 원래 약속한 것보다 2년가량 늦었지만 충분한 역할을 수행한데 의미를 뒀다.

마티아스 코르만 OECD 사무총장은 공식성명을 통해 “기후재무가 약속한 목표를 넘어선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상징적인 결과물”이라며 “이는 2년 늦은 점을 상쇄하고도 남으며 세계 각국 사이에 굳건한 신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OECD 통계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기후재무 규모가 약속한 것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비영리단체 사타트삼파다의 기후운동가 하짓 싱은 “OECD가 달성됐다고 주장하는 기후재무 내역을 자세히 보면 실제로는 대출해준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기재하면 실질적으로 지원된 금액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이 OECD 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2022년 기후재무로 기록된 금액 가운데 69%에 달하는 636억 달러(약 88조 원)는 대출이었다. 무상지원금은 256억 달러(약 35조 원)로 28%에 불과했다.

2009년 처음 기후재무를 제안하면서 선진국들이 약속했던 원조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전 인도네시아 주재 영국 대사를 맡았던 모아잠 말릭은 “이제 국제 기후 및 개발 재무와 관련된 새로운 협의체가 필요한 때”라며 “올해 열릴 G20 정상회의, 유엔총회,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기후재무 문제에 있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은 지난해 기후재무 문제를 전담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지난해 11월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주요국들은 COP29에서 기후재무를 전담하는 ‘새로운 집합적 계량 목표(NCQG)’ 신설을 논의하기로 결의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될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으나 현재 무크타르 바바예프 COP29 의장,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과 주요국 사이에서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OECD 기후재무 달성 ‘빚 좋은 개살구’ 거센 비판, 별도 기구 결성 목소리 커져
▲ 무크타르 바바예프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의장. <연합뉴스>

말릭 전 대사는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며 기후재무를 조달하는 것이 힘들어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며 “하지만 최근 유엔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세계 시민들은 기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본인 소득의 1% 정도는 얼마든지 내놓을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앞서 1970년 세계 주요국들은 유엔총회에서 개도국 공적원조(ODA)를 위해 매년 자국 세수의 0.7%를 내놓기로 약속했는데 말릭 전 대사는 이를 빗대 지적한 것이다. 한해 세수의 0.7% 출연 약속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2022년 기준 국제 공적원조 규모는 2110억 달러가량(약 292조 원)으로 같은 해 OECD 전체 세수의 0.37%에 그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주요국 시민들이 말릭 전 대사의 주장처럼 공평하게 1%씩 공적원조로 내놓는다고 가정하면 개도국들에게 약속한 순수한 지원금 기준 기후재무 1천억 달러 마련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기후대응 전문가들은 바라보고 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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