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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회사에 알짜회사 붙이는 SK 두산 지배구조 개편, 합병비율 산정 기준과 방식 논란 격화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4-07-17 13: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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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회사에 알짜회사 붙이는 SK 두산 지배구조 개편, 합병비율 산정 기준과 방식 논란 격화
▲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을 추진하는 가운데 합병비율 산정을 두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SK그룹과 두산그룹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낙점했지만 적자 늪에 빠진 계열사와 그룹의 캐시카우 계열사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사업재편을 추진하면서 합병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적자 회사에 알짜 회사를 붙임으로써 적자 계열사의 회생을 도모하고 미래 먹거리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인데, 합병 비율 산정 기준과 방식을 놓고 주주들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현재 자본시장법은 상장회사 합병에서 기업가치 산정을 시가총액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방식은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게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17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안을 의결했다.

자회사 SK온의 적자 확대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매년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는 SK E&S를 합병해 재무부담을 낮추고, SK온 배터리 사업의 투자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내놓은 방안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976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SK이노베이션 지분 36.22%, SK E&S 지분 90%를 보유한 지주사 SK도 1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 합병 안건을 논의한다.

투자자들에게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지점은 ‘합병 비율’이다.

합병 비율이 어떻게 산정되느냐에 따라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유리할 수도, 비상장사인 SK E&S 지분 90%를 보유한 지주사 SK와 그룹 오너일가에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장법인인 SK이노베이션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기준 시가로 합병가액을 정한다.

지난 16일 종가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10조8373억 원으로, SK E&S가 글로벌 사모펀드 KKR를 대상으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을 당시 평가받았던 기업가치 24조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를 고려하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은 1대2 수준이 돼야 한다.

하지만 SK 측은 이 같은 합병비율 계산방식은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합병비율을 1대1.19로 최종 결정했다. 

2023년 연결기준 매출 77조2885억 원, 영업이익 1조9039억 원의 실적을 낸 SK이노베이션을 같은 기간 매출 11조1671억 원, 영업이익 1조3317억 원을 거둔 SK E&S 기업가치의 절반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의 자산총액 규모는 연결기준 86조 원에 이르는 반면, SK E&S의 자산규모는 19조 원으로 SK이노베이션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일부 SK이노베이션 소액 주주들은 SK가 지분 90%를 들고 있는 SK E&S에 유리한 방식으로 합병비율이 결정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앞서 2015년 SK C&C와 SK가 1 대 0.74의 비율로 합병할 때도 최태원 회장 개인의 지분이 43.45%에 달했던 SK C&C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적용돼,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적자회사에 알짜회사 붙이는 SK 두산 지배구조 개편, 합병비율 산정 기준과 방식 논란 격화
▲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 100% 자회사를 만드는 사업 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합병비율을 두고 두산뱁캣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두산도 최근 계열사 합병 등 구조개편 방안에 대해 투자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 11일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드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밝혔다.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 원 이상을 냈고, 순자산이 6조 원에 달하는 두산밥캣을 순자산 4천억 원, 2년 연속 100억 대 영업손실을 낸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붙이겠다는 방안에 두산밥캣 소액주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시가총액이 약 5조6천억 원으로, 두산밥캣의 시총 4조8천억 원보다 높지만, 이는 두산로보틱스의 미래성장 기대감이 증시에서 과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1주의 두산밥캣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0.63주의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받게 된다.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이 두산 오너일가에만 유리한 방식이고, 기존 주주들에겐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그룹 지주사 두산이 가진 두산로보틱스 지분이 68.2%에 이르기 때문이다. 두산밥캣을 떼어주는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두산 지분은 30.3%에 그친다.

게다가 상장사 시가총액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은 그룹 오너일가가 증시 상황을 보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시점에 합병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민단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측은 “두산밥캣 일반주주 54%는 매출 규모가 두산밥캣의 183분의 1인 530억 원에 불과하고 지난해 19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두산로보틱스와 같은 기업가치로 주식을 바꿔야 하는 충격적 상황”이라며 “상장사 합병에서는 예외 없이 기업가치를 시가로 정하도록 강제하는 현재 시가 합병비율 방식은 오로지 한국에만 있다”고 주장했다.
 
적자회사에 알짜회사 붙이는 SK 두산 지배구조 개편, 합병비율 산정 기준과 방식 논란 격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4년 2월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제일모직-삼성물산의 부당 합병’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열사 합병비율 문제로 재판은 물론 국제중재 소송까지 진행되고 있는 사건도 있다. 바로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그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그룹 핵심 수뇌부였던 미래전략실을 통해 개인적으로 지분 23.2%를 보유하던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부당거래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 대 0.35였는데, 삼성물산 주주들은 제일모직 가치가 삼성물산보다 3배 정도 높게 평가됐다고 주장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다’며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23년 6월 삼성 측이 5358만6941달러(약 690억 원)와 지연이자를 배상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 간 합병은 항상 총수일가에 유리하게 진행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6월20일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열린 ‘밸류업과 이사 충실 의무’ 세미나에서 “한국에서 기업 합병은 99%가 계열사 합병”이라며 “항상 총수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합병 비율이 유리하게 산정된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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